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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500호 기획] “중국인은 겉과 속 같으면 짐승 취급 오전·오후 생각 다를 수 있다고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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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성공회대 교수가 6일 호암아트홀에서 중앙SUNDAY 지령 500호를 기념해 ‘우리에게 지금 중국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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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의 인기 연재물 ‘사진과 함께하는 김명호의 중국 근현대’의 필자이자 『중국인 이야기』의 저자인 김명호(사진) 성공회대 교수가 6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중앙SUNDAY의 지령 500회를 맞아 강연을 했다.
오전 7시30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시작된 김명호 교수의 강연에는 500명이 넘게 참석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중국인 이야기』 저자 김명호 교수, 지령 500호 독자 초청 강연

한·중 수교가 이뤄지기 전부터 40여 년간 중국 연구에 천착해 온 김 교수는 이날 ‘우리에게 지금 중국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중앙SUNDAY 독자들과 만났다. “한국과 중국은 역사가 기록되기 전부터 교류해 왔다”는 말로 포문을 연 김 교수는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중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강연 요지.선사시대까지 올라가는 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1895년 청일전쟁 이후부터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질 때까지 사실상 단절을 겪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을 폐쇄 국가로 여겨 왔지만 실상 중국은 역사적으로 개방시대를 여러 번 겪은 나라다. 우리보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을 수밖에 없다. 그걸 모르고 편하게 생각해 온 우리는 이제야 중국을 버거워하기 시작했다. 중앙집권을 지상으로 여기는 중국인의 관습상 지금의 정권은 대륙 역사상 가장 강한 국가다.

다양한 사상과 민족이 역사를 이뤄 온 중국은 오전 생각과 오후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관습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거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에 이긴 것 역시 속으론 전쟁 준비를 하면서도 겉으론 평화만 외친 전략에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진압할 때도 당 기관원을 시위대 사이에 파견해 그들 스스로 내부에서 무너지게 했다.

그러나 우리는 국토가 폐허가 된 병자호란 때도 그렇고 강경파 목소리가 대책 없이 흘러나오는데 이를 아직까지도 ‘기개’라고 부른다. 중국인들은 “병자호란은 애초에 일어날 전쟁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에 여진족이 산해관 넘어 명을 정벌하려면 본거지인 만주가 텅 비기 때문에 양쪽에 있던 몽고·조선과 협상을 벌인다. 몽고는 협상을 받아들였지만 조선은 끝까지 안 받아들였다. 어느 시대건 가장 위험한 것이 일관된 강경파다. 상대를 굴복시킬 능력이라도 갖추고 강경론을 얘기하면 좀 이해라도 되지.

우리가 남을 폄하할 때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는 반면 중국 사람들은 “겉과 속이 똑같으면 그게 짐승이지 사람이냐”고 한다. 이 차이로 인해 우리는 중국인들이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의아해한다.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중국 6자회담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는데 천안함 언급을 한 번도 하지 않자 우리 쪽에서 서운해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들은 “한국에 간 게 그것(천안함) 때문이지, 꼭 얘길 해야 아나”라고 말한다. 중국인들과 무언가 같이할 때 신용에 너무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중국인에게 신의와 신용은 다른 말이다. 신의를 바탕으로 한 관시(關係·인간 관계)를 중시하지만 약속은 상황에 따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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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중국 기독교의 영수인 딩광쉰(丁光訓)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누군가 “중국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내 친구는 공산당원인데, 그는 내게 입당을 권하지 않고 나 역시 그에게 포교하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서 판단하라”는 말을 했다.

중국은 굉장히 넓은 나라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을 보면 이 사람 말이 다르고 저 사람 말이 다르다. 옛 고서에 나오는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 사람 얘기나 저 사람 얘기나 코끼리의 한 부분일 뿐이겠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언급하는 게 코끼리인 것은 확실하다는 점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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