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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500호 기획] 빈약한 자원, 정세 불안 딛고 창업으로 재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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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지중해와 맞닿아 있는 이스라엘 텔아비브(Tel Aviv)는 연중 화창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하지만 실제 이스라엘의 ‘스펙’은 인구 800만 명 남짓에 자원마저 척박하다. 중동 지역이지만 석유가 나지 않아 경유 1L 가격이 우리 돈으로 2000원을 넘는다. 제조업 기반도 부족해 지하철 건설이 수년째 지연되고 도로가 좁아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정치적으로는 아랍 국가와 대치 중이라 무역으로 먹고살기에도 한계가 있다.

‘텔아비브 창업 페스티벌’ 이스라엘을 가다

이런 환경 속에 이스라엘이 선택한 길은 첨단 기술 수출이다. 나라의 모든 역량과 정책이 여기에 맞춰져 있다. 히브리어로 ‘봄의 언덕’이란 뜻을 가진 이스라엘의 경제 중심지 텔아비브는 그 이름처럼 ‘잘살아 보자’는 유대인의 희망이 담긴 곳이다. 이스라엘 5000개 스타트업(창업 초기 신생기업) 중 1450개가 텔아비브에 있다. ㎢당 스타트업 28개.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라면 텔아비브는 명실상부 창업도시다.

매년 9월이 되면 텔아비브 거리는 축제 분위기로 가득하다. 술이나 춤 대신 아이디어와 정보가 넘실대는 ‘디지털·라이프&디자인(DLD) 텔아비브 페스티벌’ 때문이다. 행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하타차나 컴파운드’에서는 구글·인텔·삼성전자 등 60여 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전시관을 열고 세계 31개국에서 선발된 젊은 창업가, 90여 명의 전문가, 수천 명의 방문객이 어우러져 최첨단 기술과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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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과 분주한 젊은 창업자들이 어우러진 이날 행사장에는 뜻밖의 슬픈 소식이 전해졌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를 수용하는 ‘오슬로 협정’을 주도해 평화의 씨앗을 심은 그는 이스라엘이 세계적인 창업국가로 우뚝 설 수 있는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대통령 퇴임 후에도 16㎡(약 4.8평)짜리 사무실에서 젊은 창업자들의 멘토 역할에 여생을 쏟았다. 이스라엘 외교부의 란 나탄존 혁신&브랜드 관리장은 “페레스는 ‘할 수 있다’고 외친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아버지”라며 “우리는 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텔아비브=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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