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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도 없이 아들들 격투기 시킨 체첸 수장 카디로프, 아동학대 비판 거세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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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어린이격투기대회에 출전한 아마드 카디로프(오른쪽) [사진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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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어린이격투기대회에서 핵펀치를 날리는 젤림칸 카디로프(오른쪽) [사진 유튜브 캡쳐]

러시아 남부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인 람잔 카디로프(40)가 8살~10살 아들들을 TV로 중계된 종합격투기 경기에 출전시켜 아동학대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6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카디로프의 아들 아마드(10), 젤림칸(9), 아담(8)은 지난 4일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서 열린 어린이 대상 종합격투기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4일 카디로프의 생일을 맞아 열린 이 대회에서 아마드는 다른 소년을 TKO로 이겼다. 보호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다른 아이들도 관중들의 응원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고 이 장면은 국영 방송을 통해 체첸 전역에 중계됐다.

카디로프는 아이들이 맨몸으로 싸우는 동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꼬마 아담이 그가 진짜 사자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결승에서 의지나 정신이 모두 강한 상대를 만났으나 아담이 결국 챔피언 벨트를 거머쥐었다”고 썼다.

이를 두고 아동학대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러시아의 아동 인권 활동가나 스포츠선수, 정치인들까지 나서 관련 당국에 조사를 요구했다.

‘격투기 황제’ 표도르 에밀리아넨코 러시아 종합격투기협회 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협회 규정에 12살 이하는 종합격투기 시합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21살 이하인 경우 안전을 위해 헬멧과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며 “그로즈니에서 일어난 일은 받아들일 수도, 정당화할 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12살 이하는 관중석에도 있어선 안 되는데 8살난 아이들이 어른들의 즐거움을 위해 서로를 때렸다.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로 볼거리를 만드는 게 당신들에게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추종자인 카디로프는 지난 달 98%의 지지율로 체첸 대통령에 재선출됐고 2007년부터 장기집권을 해오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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