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탁구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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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남녀탁구선수들이 무적함대로 불리던 세계최강의 중공팀들을 연이어 격파시킨 사실은 한·중양국에 상반된 의미에서 충격과 파장을 몰고왔다.
세계탁구의 새로운 맹주로 등장한 한국은 열광적인 환희의 분위기에 젖은 반면 정상을 모두 뺏긴 중공은 통한을 삼키고 있다.
중공탁구코칭스탭진은 25일하오 한·중양국 여자탁구가 자웅을 겨루기 직전 기자에게『영원한 승자는 없다. 그러나 1대1(남자는 한국, 여자는 중공)을 기록해야되지 않겠는가? 천천히 따라 와라』 고 말했으나 분루를 흘렸다.
중공당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해 문회보·대공보등 홍콩의 중공계신문들이 이「충격」을 크게 보도하는 것은 물론, 일부 신문들은 평론까지 다루는 것을 보면 중공에 미친 파장을 엿볼수 있다.
중공은 탁구를 「핑팡」 이라고 부른다. 무게 2·5g의 작은 셀룰로이드공이 테이블에 맞아 튀는 소리를 따온 의성어다.
중국대륙에서 가장 보편화돼있는 핑팡은 중공으로서는 남다른 의미를 담고있다.
50년대후반 모택동이 국민들의 체력향상을 위해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고 지적해 붐을 이룬 것도 핑팡이며 죽의장막을 걷고 미·중공양국 해빙의 서막을 연것도 핑팡이었다.
「키신저」 의 중공밀행이 알려지고 중공의 탁구선수들이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직후 알제리· 영국·호주등이 그들의 탁구선수단 파견을 제의했으나 중공은 미국선수단을 택했다. 고도의 정치성이 깔린 73년 미·중공 「핑퐁외교」 가 그것이다.
원위민중공선수단장은 『시합도 이기고 우호도 다지러왔다. 서울대회는 참가국 모두가 기술수준을 높이는 좋은 계기가 되어야한다』 고 말한바있다.
한국팀이 다음달 중공심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및 내년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도 깨끗한 매너로 정상을 지킨다면 국제대회참가국의 일원이 아닌 한·중양국간의 「기술향상을 위한」교환경기개최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다.
한·중공관계는 기본적으로 남·북한관계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중공은 「인민들의 민간교류」 는 원칙적으로 반대하지않는 입장이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한국탁구는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는 사실을 깊이 간직해야할 것이다.<박병석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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