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매너도 금메달 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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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안게임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외국선수단·보도진의 한결같은 표현대로 『원더풀 세리머니』로 시작해서 경기장마다 박수소리가 요란하고 질서정연하여 성숙한 우리 국민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또 예상했던 대로 중공 돌풍이 초반부터 몰아쳐서 곳곳에서 오성홍기가 오르고 있지만 우리선수들의 파이팅도 주목할만합니다. 속단은 금물이나 이 기세로 가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김포공항 폭발테러사건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완전히 가시고 대회 무드가 계속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좋던 날씨가 하필이면 개막식 날에 심술을 부려 비를 ,뿌렸는지 하늘이 원망스럽더군요. 빗속에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선수나, 매스게임 학생이나, 관중이나 질서를 잘 지켜 주어 다행이었으나 비를 맞은 모습이 매우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했어요.
-경기 이틀째인 지난 일요일 기대했던 금메달이 불발로 끝나 실망했는데 그 뒤로는 계속 호조인 것 같습니다.
-역시 대회운영도 잘 되어야겠지만 우선 우리 팀 성적이 좋아야 일이 잘 풀리게 아닙니까. 한국 선수단도 처음엔 초조하다가 사격에서 금이 쏟아지자 싱글벙글, 이런 기세로 가면 종합 2위가 가능하다고 들떠있습니다.
-3일 동안에 7개의 금메달이 쏟아진 태릉사격장에는 관중보다는 오히려 취재진들이 더 많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공식기록이 나오기까지 30분에서 1시간까지 걸리는 바람에 애를 먹었죠.
-첫날인 21일 사격에서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던 중공이 23일 남자단체 속사권총에서 이의를 제기해 1시간 동안이나 긴급기술 이사회를 여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죠. 비공식집계에서 한국이 1천 7백 67점이고 중공은 이보다 1점 뒤지자 채점한 결과 나란히 1점씩이 감점돼 문제가 일어났어요.
「장푸」 헤드코치는 이 같은 감점보다는 한국 관중들이 중공선수들의 득점을 발표할 때 더 많은 박수를 쳐 정신집중을 흐트러뜨린다고 불평했어요. 그러나 중공 심판의 설명과 조직위원회 측의 상황설명을 들은 후에야 이 같은 오해가 모두 풀렸어요.
-최윤희가 1위로 골인하는 순간 경기장의 관중은 물론, TV로 지켜보던 전 국민이 일시에 대 환호를 터뜨렸지요.
-그럴 겁니다. 수영이 워낙 일본·중공의 잔치판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다이빙은 역시 중공의 독무대였습니다. 중공의 다이빙 코치 종소진은 지난달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의 우승자인 「가오민」(16)이 불참한 이유를 묻자 『모든 선수들이 기회를 골고루 나눠가져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 다이빙에 있어서 그들의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사이클·조정 등에서 중공이 예상외의 강세를 보이자 한국팀 관계자들은 크게 당황해하는 눈치였습니다.
-사이클의 경우 중공은 이탈리아에서 8개월이나 전지훈련을 쌓으면서 한 대 값이 3천만 원이나 되는 디스크 횔 사이클(콜라고)을 구입, 이 대회에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요.
그뿐 아니예요. 조정에서도 중공은 지난해 독일제 에이트 경기정(엠파커)을 3대나 구입해 사용해왔다는 거예요.
-대한사이클연맹은 임원들의 불화로 말이 많더니 결국초반 금메달 예상이 연이어 빗나가곤 했어요.
-아시안게임 취재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기 전인 전반전이나 개막식이후의 후반전에 접어들어서나 중공바람이 크게 분게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개막식전에는 중공이 입국하는데 모든 국내 취재진이 신경을 곤두 세웠고, 경기가 벌어지자 이번엔 중공이 초반부터 대거 금메달을 획득해 다시 뉴스의 초점이 됐습니다.
-일부 종목에서 한국의 텃세가 세다 는 비난도 듣고있죠.
-그렇습니다. 사이클에선 야간에 경기를 치르게돼 각 국이 야간연습장을 요구했으나 이를 모두 거절했죠. 이보다 경기 중 텃세는 한국과 요르단의 남자농구가 아닐까요. 요르단 감독은 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고 분이 안 풀려 인터뷰도 거절했지요.
-농구의 편파 판정은 어느 나라나 있는 것이 아닙니까.
「북두칠성 작전」이란 대만에 가면 심판 두 명을 합쳐 7명이 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하기는 LA올림픽에서도 심판 텃세는 있었으니까요.
-경기장 경비요원들이 너무 융통성 없이 원칙만 따지며 출입을 제한하는 통에 마찰이 이곳저곳에서 있었지요.
일반 관람객은 출입시키면서 취재차량 출입은 통제하여 불편도 있었습니다.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큰 수확이라면 관중들의 관람질서와 매너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체조경기장에서 우리 관중들이 보여준 관람매너는 정말 수준 급이었습니다.
연일 1만 2천 7백석의 좌석을 가득 메운 것도 한국 체조경기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외국선수들이 훌륭한 연기를 해 보일 때는 아낌없는 박수로 격려해주기도 했습니다. 중공의 「리닉」선수도 한국관람객의 태도에 「우호적이며 스포츠에 대한 애정의 표시」라며 감탄하더군요.
-한국 남녀체조가 나란히 일본을 꺾자 한국팀에 대한 심판판정이 너무 후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특히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는 국내기자들이 유독 이에 대한 일본 팀 코치의 의견을 물어 외국선수들은 의아해 하는 표정이더군요.
그러나 중공 코치와 일본 코치들 모두 한국의 실력이 급성장, 한국이 은메달을 차지한데는 이의가 없다며 심판판정에 수긍해 더 이상의 반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테니스의 경우엔 학교측에 의해 동원된 국교생들이 경기는 뒷전이고 경기 도중 계속 떠들고 몰려다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었죠.
-선수촌 쇼핑센터에는 물건을 사거나 구경을 위해 몰려든 각 국 선수단들로 붐비고 있는데 이들의 쇼핑성향에서 빈부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사우디 등 중동 산유국이나 일본선수들은 카메라·고급 향수 등 값비싼 물건을 부담 없이 사가는 데 반해 동남아 후진국 선수들은 값싼 기념품마저도 깎으려들어 대조를 보였죠.
-선심공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대회조직위원회의 고충을 한마디로 말해주는 것이지요.
당초 조직위는 선수촌내의 각종 위락시설을 이용하는 선수·임원들에게 팁 정도의 서비스 요금을 받으려 했었죠.
그러나 대부분의 출전국가가 국민소득 5백 달러 미만의 후진국인데다 출전비 마저 보태줬으면 하는 형편이라 부득이 조직위가 나서 이들 위락시설 운영자를 설득, 공짜로 서비스를 하도록 했다는 얘기입니다.
-아뭏든 너무 잘해주려다 이런저런 뒷말을 듣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은 다음 88올림픽 때는 개선해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이제 초반전도 끝나지 않았으니까 좀더 지켜보기로 하죠. 끝까지 말썽하나 없는 모범대회가 되는 것은 물론 한국팀의 멋진 승리를 기대합시다. <특별 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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