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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찢기고, 배·사과 떨어져…경남 농촌도 태풍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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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6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일동리 신성마을. 대형 비닐하우스마다 10여 명의 사람이 올라가 대형 보온막의 위치를 바로잡거나 비닐하우스 중간에 돌돌 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태풍에 보온막이 비닐하우스를 다 덮을 정도로 펴졌거나 비뚤비뚤 한쪽으로 쏠린 때문이다. 보온막은 10여 명이 동시에 끌어당겨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만큼 무거워 주민·군인·자원봉사자가 비지땀을 흘렸다.

태풍 차바…농경지 991ha 피해
함안선 비닐하우스 300동 파괴 
밀양 “과실 10~30% 떨어진듯”

이 마을 비닐하우스(2970㎡) 100여 동 가운데 15개 동에서 보온막이 날아가는 피해를 입었다. 최낙신 이장은 “비닐하우스가 망가져 연말 출하를 위해 지난 8~9월 심은 고추·토마토·가지·파프리카 등이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장시간 보온막이 덮인 채 놔두면 햇빛이 들어가지 않아 농작물 생육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비닐하우스가 찢어져 빗물이 많이 들어간 곳은 모종을 다시 심어야 할 판이다.

같은 시각 경남 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수박 비닐하우스 단지. 12월 출하를 위해 10일 전쯤 수박 모종을 심은 곳이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곳곳이 뜯겨 나가면서 찬바람을 맞은 모종이 살아나기 어렵게 됐다. 일부 비닐하우스는 철근이 휘어지기도 했다.

하우스 5개동(4214㎡)에 수박 모종을 심은 정모(68)씨는 “지난주 1300여만원을 들여 지은 비닐하우스가 태풍에 못쓰게 됐다”며 허탈해 했다. 함안군 군북면·법수면의 대형비닐하우스 1000여 동 가운데 300여 동에서 피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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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 조모(67)씨의 과수원. 과수원 360그루의 사과나무가 태풍에 전부 쓰러졌다. [사진 밀양시]

경남 밀양·진주에선 출하를 앞둔 ‘얼음골 사과’와 배가 대량으로 떨어졌다. 과수나무도 많이 쓰러졌다. 어른 주먹만큼 자란 사과는 사과즙 등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폐기처분해야 한다. 밀양시 산내면 등의 사과농가 1200여 가구 중 200~300여 가구가 피해를 봤다.

밀양시 농업기술센터 최인택 주무관은 “사과의 10~30% 정도가 낙과된 것 같다”며 “정확한 피해상황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진주시 문산읍·가좌동·정촌면·금산면 등에선 배 재배 761 농가 중 82 농가가 피해를 봤다.

진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산물유통과 정두균 계장은 “10월 중순 출하를 앞두고 한창 익을 시기에 낙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경남에선 벼가 쓰러지거나 침수되고, 비닐하우스가 부서지는 등 991㏊의 농경지에서 피해가 났다.. 창원이 170.7㏊로 가장 많고, 이어 하동 77.5㏊, 고성 77.2㏊, 진주 62.9㏊ 순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침수된 농경지의 배수작업은 완료됐지만 일손이 많이 필요한 비닐하우스 등의 복구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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