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모자라 못 풀어선 안 된다"|대입학력고사 시간배정(좌담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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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7학년도 대입학력고사 시간표가 과목특성을 무시한 채 1점1분 원칙으로 짜여져 수학시간이 크게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일선관계자 좌담으로 들어본다.
▲김수곤=이번 대입학력고사 시간표는 과목별 특성이나 이해력 등 고등정신기능측정위주의 고사운영방침을 제대로 반영 않고 기계적으로 편성돼, 특히 2교시의 수학은 1점에 1분으로 시간이 배당돼 있으나 문제를 풀어서 해답을 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윤웅섭=이번 학력고사가 과목이 9개로 줄어든 데다 바뀐 교과서에 의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많은 걱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바뀐 형식 때문에 그런 추측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새 교육과정에 따라 문제가 출제될 경우일부에서 우려하는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정경진=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2교시의 수학시간입니다. 자연계 학생의 경우 선택인 사회I·지리I·세계사를 각각 10분내에 풀지 않으면 수학문제를 풀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김준형=저희 학생들 사이에 그런 걱정을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학력고사 시간표가 발표된 후 저희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결론은 수학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란다는 거였습니다.
자연계지망인 제 경우 평소 반에서 수학에 관한 한 2등을 하고있는데도 모의고사 땐 37문항 중 32문항까지밖에 손을 댈 수 없었습니다. 나머지 5문항은 읽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김수곤=물론 시험은 상대적이니까 모든 학생이 같은 조건이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모자라 풀 수 있는 수험생이 미처 풀 수 없는 것과 능력 없는 학생이 풀지 못한 것은 구별돼야합니다.
▲윤웅섭=수험생들이나 입시지도 교사들도 학력고사문제가 다음해 교육방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해 지금까지와는 출제방법이 조금 달라져야 한다는 평가원의 의도를 이해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과학이 배정된 4교시를 1점1분 원칙으로 하자면65∼85분으로 해야겠지만,10∼3O분을 늘린 것은 과학교육을 지금까지의 암기위주의 교육에서 탈피, 사고나 이해 능력을 충분히 평가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정경진=그것은 수학에 특히 해당되는 말씀입니다.일본의 경우 수학시험 하나만을 2백분에 걸쳐 치르는가하면 며칠씩 입학시험을 치르는 나라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승현=과목별 특성이 고러되지 않은 이번 학력고사 시간표는 전면 재검토돼야 합니다.
▲윤웅섭=입시현장에서 나온 수험생·일선교사들의 의견을 수집, 현재 타당성여부 등을 다시 검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평가원 측에선 일선고교의 모의고사문제를 입수, 이를 분석하여 출제의 타당성여부와 타당한 문제를 근거로 시간이 부족한지의 여부를 우선 분석해 봐야겠습니다.
학력고사문제 수준보다 어려운 문제를 내놓고 시간이 모자란다면 설득력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신승현=입시지도 경험에 비춰 발표된 학력고사 시간표를 분석해보면 평가원측 의도는 자연계 과학교육방향제시측면에서 과학에 3O분의 시간을 늘려준 것으로 말씀하셨는데 제 생각으론 문제를 보지 않고 얘기할 순 없어도 국민윤리가 암기식이고 과학도 필답시험의 경우 어차피 암기위주인 만큼 시간이 대략 15분쯤 남을 것 같습니다.
▲정경진=제 생각도 비슷하지만 4교시의 10분 만이라도 2교시 쪽에 더 주는 방향으로 되는 것도 생각해야겠습니다.
▲김수곤=만일 평가원 측이 재조정 없이 현 고사시간표를 그대로 강행한다면 막상 시험실시 후 시간부족으로 문제를 풀 수 없었다는 항의가 많을 것 같습니다.
차제에 진지한 검토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김준형=학생들은 시간이 모자라면 상대적으로 문제를 예년보다 쉽게 출제할게 아니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웅섭=자연계 수학을 75분 안에 풀 수 있는 문제들로 할 경우 쉬운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추측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수학출제의 기본원칙은 수학이 암기식으로 공식 몇 개만 외면 풀 수 있도록 문제를 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경진=시간이 모자라 못 푸는 한이 있더라도 쉽게 내는 것은 반대입니다. 그럴 경우 내년부터 수학교육에서 사고·논리교육은 어렵게 될 것입니다.
▲김준형=저희들도 쉽게 출제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능력대로 평가를 받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신승현=수험생 중에는 자연계수학에 대해 인문계 수학과 공통인 문제가 나오고 그 외에 수학Ⅱ-2에서 10문제가 추가로 나오는 것이라고 알고있는 학생들이 많은데요.
▲윤웅섭=그건 처음 듣는 얘기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엄연히 교과서가 다르므로 수학은 자연계·인문계 출제내용이 별개로 출제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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