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어린이 도서관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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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보금자리가 생겼어요."

구미 상모초교생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미시립 어린이도서관'이 생기게 된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 최대 규모'라는 말에 벌써부터 지어질 도서관의 모습을 그리며 개관을 손꼽아 기다린다. 구미 어린이도서관 건립 청원이 시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시의회 본회의장에는 상모초교 4~6학년 50명이 방청석에 앉아 표결과정을 지켜봤다. "와, 만세!" 어린이도서관 건립 청원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의회 현관에선 축하의 폭죽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어린이들은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시의원들에게 인사하며 일일이 장미꽃 한송이를 나눠 주는 '로비'를 벌였다.

구미경실련이 어린이와 함께 벌인 '어린이도서관 건립운동'은 이렇게 결실을 맺었다. 야은.형곡.상모.비산초교 등의 어린이 5천여명을 비롯, 중.고교생, 시민 등 1만2천5백여명이 힘을 보탠 결과였다.

경실련이 어린이도서관 만들기에 나선 것은 2001년 6월. 조근래(41)사무국장이 구미시에 맞는 정책과제로 이를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조국장은 "미국.일본 등 강대국의 힘은 어린이의 독서와 잘 갖춰진 도서관 시스템에서 나왔다"며 "이들이 마음놓고 독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뜻에서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정보통신(IT) 산업도시로 발돋움하는 구미시에 젊고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자녀를 위한 교육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도서관 건립 결정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같은해 8월 경실련은 도서관 건립을 위한 시정건의서를 구미시에 냈고, 9월 다시 시에 이를 요구했다.지난해 5월엔 시장.시의원.도의원들에게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선거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잇따른 건의와 요구는 김관용 구미시장을 움직였다. 김시장은 지난 1월 "좋은 의견이다.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의회의 동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실련은 도서관의 주인이 될 어린이와 함께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4~5월에 걸친 서명운동에 많은 어린이와 시민이 동참했다. 지난달 이용수 시의원이 앞장서 어린이도서관 건립 청원을 의회에 올렸다. 그리고 이날 전체 의원의 지지로 안건이 통과됐다. 통과된 청원은 곧 시로 넘겨져 정책으로 채택된다.

어린이도서관=구미시 봉곡동의 구미시립도서관 봉곡분관 터의 용도를 변경해 건립된다.

지하 1층.지상 3층인 도서관에는 국비와 시비 등 75억원이 투자돼 2006년 문을 열 예정이다. 3천6백평의 터에 연면적 1천5백평 규모로 1천석의 열람석이 만들어지며, 어린이도서관으로선 전국 최대 규모다.

홍권삼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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