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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면세점, 5년간 7000억 현금 판매하고도 현금 영수증 미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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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국적기의 기내면세점에서 지난 5년 간 현금으로 물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약 500억원의 세금 부담을 더 지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적항공사들의 기내면세점 매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11년 이후 국적항공사들의 기내면세점 매출액 총규모는 1조8719억원으로 그 중 36.8%인 6895억원이 현금 매출이었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현금영수증을 발행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 약 496억4000여만원 가량의 세금 부담을 더 지게됐다는 것이 추 의원실의 분석이다.

기내면세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게 된 것은 2007년 12월 법인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다.  ‘현금영수증가맹점 가입제외 대상’에 ‘외국을 항해하는 항공기 안에서 영위하는 소매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추 의원은 “동네식당에서 만원어치 식사만 해도 현금영수증을 요청하고 발행해주는 요즘 같은 시대에, 기내면세점에서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을 사고도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없도록 방치해 둔 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추 의원실에 “현금영수증은 거래내용이 실시간으로 전송ㆍ전산 등록 되는데, 항공기 내 판매의 경우 안전 때문에 통신 이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현금영수증 발급이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휴대형 무선결제 단말기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 Z사의 기술이사는 추 의원실에 “기내면세품에 대한 현금영수증 발급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결제 1건 당 정보량이 수백 바이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하거나 항공기 간 비행데이터를 주고받는 망을 사용하면 된다”며 “이런 방식이 문제가 된다면 운항 중에는 단말기에 데이터를 축적해 놓았다가 착륙 이후에 해당 데이터를 정산ㆍ발송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앞으로는 기내면세점에서도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 국민들에게 불합리한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시정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적항공기에서 판매되는 가장 비싼 물건은 얼마일까. 추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판매되고 있는 가장 비싼 물품은 양주 ‘로얄 살루트 62 건(GUN) 살루트’ 였다. 시중 가격은 450만원으로 기내에서는 354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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