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흐를 수록"대폭"으로 기울어|초읽기에 들어간 당직개편… 민정당 안팎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정당의 당직개편이 23일로 박두,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아 추측과 소문만 분분한 실정.
21일하오 2시간20분 동안 청와대에서 개편문제를 협의하고 온 노태우 대표가 굳게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하오 여대표의 청와대방문으로 당내에서는 당직개편의 폭 및 후임자에 대한 하마 평이 시간이 갈수록 무성.
처음에는 당3역 중 2명이 교체될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가 하오에는 3역 모두가 개편대상이라는 관측이 유력해졌으며 노 대표가 당사로 돌아온 후에 있은 심 대변인의 설명 후에는 더 대폭이란 감이 굳어졌다.
심 대변인은『상당히 큰 폭이 될 것』이라고 공식 설명했던 것.
정순덕 사무총장의 경우 20일 하오 노 대표와 외부에서 만나,『유임이 확실하다』는 관측이나 돌았으나 사실 이때 정 총장은 사의를 표했다는 후문.
정 총장은 이어 21일 모 당직자와 점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인사를 하면서『노 대표를 중식으로 뭉쳐 달라』고 부탁했다는 얘기다.
정 총장은『유임권고도 있었으나 나 혼자 유임되면 작년 8월1일 같이 임명된 이세기 총무나 다른 당직자들에게 볼 낯이 있겠느냐』고 사임을 고집했다는 것.
정 총장은 또 이대순 사무차장의 뒷일도 걱정해『이번에 잘돼야 될텐데…』하면서『이번에 안되면 다음에 입각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는 것.
이 때문에 이 사무차장이 사무총장으로 천거된 것이 아니냐는 설이 한때 나돌았다.
정 총장이 그의 의사대로 물러가는 것을 전제로 해 이대순 사무차장 외에 박준병 국책조정위원장·이춘구 의원 등 이 후임으로 거 명.
이춘구 의원은 노 대표가 내무장관으로 있었을 때 그 밑에서 내무차관으로 1년간 같이 근무했었는데『업무처리가 야무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
원내총무에는 특히 많은 인사들이 거 명돼 이한동·권정달·김종호·이자헌 의원 등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 됐는데, 이한동의원은 지난해 8월 교체될 때 원내총무 제의를 받았었던 적이 있었는데 다가『연말까지 기다려 보라』고 했던 노 대표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권정달 의원은 한때 이재형 국회의장이 천거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었다.
또 앞으로 개헌협상을 끈질기게 수행하고 민간인출신이어야 한다면 김종호 의원이 적역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책위의장은 나웅배 의원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많은 가운데 이종찬·고 건·현홍주 의원 등 이 거 명.
중앙위의장은 김숙현·유학성·임철순 의원 등의 이름이 많이 나돌고 있다.
한편 이세기 총무는 개헌특위구성 등 그 동안의 노고(?)를 감안, 행정부에 자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파다.
심명보 대변인의 유임은 장문의 두루마리식 성명서로 말도 많았지만 그의 심덕과 몸을 아끼지 않고 쌓은 대 언론계 친분 때문에 요즘처럼 험한 정국에 그를 필적할 대안이 없었다는 소문.
그러나 개편뚜껑이 열리지 않아 당사자들은 자신들에 관한 소문을 한결같이『그럴 리 없다』고 부인으로 일관.
총무로 유력시되고 있는 이한동의원은『아무런 귀띔도 못 받았다』고 했고, 정책위의장으로 유력시된 나웅배 의원은『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개편 안은 모두 복수로 올라갔다는데 한 측근은『대표위원 머리 속에 2, 3명 들어 있는 것을 우리가 어찌 짐작하겠느냐』고 하면서도『그러나 특별히 기발하고 참신한 인사야 있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추측.
민정당이 이번 인사에 특히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노태우 계」라 할 만한 인맥이 사실상 거의 없는데 다 민정당의 인재난 때문. 이것은 노 대표가 12대 전국구로 들어왔을 뿐 공천에 전혀 관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노 대표 자신의 당초 건의처럼「당정대폭개편」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인사구상을 펴는데 상당한 제한을 받았던 듯.
때문에 한 측근은『나중에 폭넓은 정부개편이 있지 않겠느냐』고 다시 한번 개편이 있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당사에는 노 대표의 청와대요담이 끝난 후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TV중계차가 출동하는 등 당사는 온통 북새통. 심 대변인이『오늘은 없는 것 같다』고 진정시키러 했으나 소용이 없 자 대표위원 실에서『23일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다』고 밝히면서 『오늘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단행여부를 확실히 해 달라』는 보도진들의 요청에 대표위원 실은「외부」에 있던 노 대표와 통화를 한 후『오늘 발표는 없고 대표위원이 잠깐 당사에 들를 것』이라고 확답.
청와대요담을 끝낸 후 자택에 들렀다가 하오7시10분쯤 당사에 온 노 대표는 둘러싼 보도진들에게『모두 왜 이러 지』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미소를 보였는데 이어 심명보 대변인과 강용식·이병기 보좌 역에게『자네들에게도 말못해』라고 했다는 것.
심 대변인은 보도진들에게『당정개편의 필요성은 확인했으나 그 폭에 있어서 예상보다 1∼2명 늘어나 이에 대한 인선을 매듭 못 지어 23일에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
그는 또『발표가 늦어지는 것은 혹시 이견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냐』는 질문에는『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목청을 높이면서『노 대표가 어떤 의원을 어떤 당직에 내정했는데 총재는 그를 내각에 두려고 했다든지 이런저런 이유로 인선을 매듭짓지 못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나름대로 해명.
심 대변인은 자신의 유임여부에 대해서는『전혀 아는바 없다』고 잡아떼면서『발표는 내가 해야겠지…』라고 알 듯 모를 듯한 답변. <안희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