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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헌법 토론…법원의 구성과 권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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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굴절과 변칙으로 얼룩져온 우리 헌정 40년사상 처음으로 온 국민의 비상한 관심과 기대속에 민주헌법을 창출키 위한 여야간의 진지한 노력과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과연 여야간 합의로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민주헌법을 올바로 도출해 낼 수 있을까 하고 불안과 의혹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불안과 의혹은 민정·신민 양당의 개헌안이 너무도 판이하게 다르다는 데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보도된 바대로 민정당의 개헌안은 한마디로 내각의 의결은 형식일 뿐 실질에 있어서는 통치전권을 수상에게 집중시킨 독재체제로서 정권을 계속 장악하겠다는 계획된 정략속에 이름만 대통령에서 수상으로 바꾼 철저한 수상중심제를 골격으로 하고있다.
심지어 사법부의 수뇌부인 대법원장과 대법원판사의 임명제청권마저 수상이 장악케 함으로써 사법부를 행정부의 시녀화하려는 반민주적 성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고전적 삼권분립론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법권의 독립이란 행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이 그 본질적인 요소인 만큼 가급적 행정권이 사법권에 개입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법관의 물적 독립과 인적 독립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는 것이다.
사법부의 인사와 예산편성에 행정권이 깊숙이 개입하는 한 사법권독립의 요체인 사법부의 실질적인 자율화와 민주화는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 사법부가 작년9월 「법관인사파동」으로 빚어진 헌정사상최초의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권고 건의와 탄핵소추 발의라는 불명예를 겪은데다 최근 잇따라 운동권 학생들과 민주인사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엄청난 비난과 불신을 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사법부가 하루 빨리 본연의 위치와 자세를 정립해 제기능을· 발휘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대법원장과 대법원판사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수상에게 부여한 민정당의 개헌 시안은 이와 같은 국민들의 여망과 기대에 역행하고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조차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반민주적 악법이라고 비판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사법부내의 민주화와 자율화를 기하기 위해서는 법관추천회의의 제정이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 우리 신민당의 개헌안이 민주적 정도라고 확신한다.
사법권을 강화한다면서 위헌법률심사권만을 대법원에 환원하고,탄핵심판과 정당해산권은 계속 헌법위원회에 존치시킴은 부당하며,제5공화국 출범이후 지금까지 6년이 지나도록 헌법위원회에 계류된 안건이 단 한건도 없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굳이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면서까지 사실상 유명무실한 헌법위원회를 별치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고 인정되며,신민당안대로 아예 헌법위원회를 페지하고 그 소관 사항은 모두 해박한 법률적 소양을 갖춘 사법부의 수뇌부 (대법원)에 귀일시킴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법관사회가 마치 행정관료사회처럼 대법원장을 정점으로하는 상하질서와 지배·복종의관계로 변질된 상황에서 벗어나 법관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소신껏 심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이번 개헌을 통해 기필코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민정당의 개헌안대로라면 사법부는 이같은 본연의 기능을 되찾기는 커녕 정치의 기류에 항상 휘말려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법부의 인사독립이 사법부 독립의 가장 요체임은 췌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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