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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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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 이라는 말은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알렉산드리아에 참 설된 「무세이온」이 그것이다.
기원전 3세기 「프톨레마이오스2세」 「필라델포스」왕은 알렉산드리아 궁전에 「무세이온」을 세우고 그 옆에 사원, 강연 실, 휴게실, 동 식물원도 지었다.
이곳엔 천문학, 외과 기기 등을 전시해 학문연구는 물론 학자들을 위한 교제의 장소로 제공되었다.
「무사이온」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문예, 미술의 신 「뮤즈」를 딴 것이다. 그리스에도 속세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학-예술 연구원 같은 곳이 있었는데, 이곳으로 「뮤즈」신이 찾아와 연구를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뮤즈」(muse)그 자체의 뜻은 『묵상에 잠기다』, 『심사하다』, 『유심히 바라본다』는 의미다. 박물관의 뜻과는 제격으로 어울린다.
한자의「박 물」은 원래 『좌씨 부』(기원전 5세기)에 쓰인 단어로 세상의 온갖 사물에 대한 견문이 썩 넓다는 뜻이다. 박물관이라면 그런 견문을 익히는 곳을 이른 말이다.
고대 로마시대만 해도 박물관은 귀족, 부호의 집안에 미술품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맞는, 말하자면「박물관 응접실」이었다. 따라서 그 자리엔 미술품 말고도 보석, 무기 등 이 전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세에 접어들어 교회가 미술품 수집과 소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박물관은 대중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중세의 교회들은 종교의 권위를 높이는 뜻으로도 미술품을 수집했다. 미술품의 감동을 통한 경신행위다.
근세 후기의 박물관은 일대 전기를 맞았다.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자연과학의 급격한 진보는 사회의 관심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박물관의 전문화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볼 수 있는 자연 박물관, 산업박물관 등 이 그런 아이디어다.
우리 나라 박물관은 1908년 창덕궁에 있던「이 왕가 박물관」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일제 치하의 총독부박물관시대를 거쳐 1945년 광복과 함께 국립박물관이 되었다.
일제 식민치하의 박물관은 민족 문화의 긍지와 영광보다 명색만의 전시에 그쳤다. 자료도 궁색했고, 박물관의 의도마저 궁색했다.
지금은 우리 나라 고고학자들의 연구도 상당한 수준이고 자료도 많이 발굴, 정리되었다. 더구나 일본총독부 자리에 오욕의 역사를 위압하듯 국립중앙박물관이 들어앉았다. 모처럼 우리의 민족적 긍지를 확인하는 뜻으로도 한번 관람해 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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