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합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금속학 이론과 정반대의 특성을 가진 새로운 금속재료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개발됐다. 이른바「극저온용 합금」이다.
보통 금속은 영하 1백도 이하가 되면 연성이 거의 없어 부스러지는데 이 합금은 극저온으로 내려갈수록 강도와 연성이 점점 높아진다. 그야말로 신비로운 합금이다.
옛날 같으면 불에 달궈서 강한 쇠붙이를 얻는 연금이 신비로운 기술이었다.
구리나 연 혹은 주석에서 금 같은 귀금속을 얻으려면 연금술은 거의 1천년간 인류를 지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합금의 시대다. 일본의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와 미국의 바텔 기념연구소가 「테크놀러지 90」(첨단기술과 신기한 재료)이란 제목의 공동연구를 추진하면서 건제한 것이 이것이다.
『앞으로 산업사회를 떠받쳐 나갈 대표적 기술은 신기한 재료와 에너지, 일렉트로닉스와 생명과학이다.
그중에서도 신기한 재료(exotic material)는 기술혁신의 방아쇠다.』그「신기한 재료」가 이른바 신소재다.
금속산업이라면 초합금, 고 장력 강판 등 합금가공기술이고, 화학산업이라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뉴 세라믹스다. 전자산업이라면 반도체, 광 소재, 센서 등이다.
신소재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물론 자동차, 항공기, 일렉트로닉스다.
자원 절약의 측면에서 차체나 기체 혹은 엔진을 가볍게 작게, 또 효율 높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항공기의 기체에는 가벼워서 좋은 티탄합금이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우주선, 로키트 등에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아라미드 섬유, 탄화규소섬유 등으로 강화된 플라스틱이나 합금이 사용된다.
합금 중엔 형상기억합금이란 것도 있다. 아무리 쭈글쭈글 휘어 있어도 일정온도 이상이 되면 재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금속이다.
이것은 티탄과 니켈의 합금이다. 우주선이나 전투기의 유압파이프나 연료파이프 이음새에 사용되어 연료가 새는 것을 막고 있다.
초전도 재료도 있다. 이 합금은 영하 2백60도의 초저온에 두면 전기저항이 영이 된다.
큰 전력을 아무리 멀리 보내도 누전이 없다. 전자석에 사용하면 전원이 끊어져도 강한 자장을 계속 유지한다.
아모르퍼스 금속이라든지, 수소저장합금과 같은 합금도 모두 기막힌 신소재들이다. 우리의 「극저온용 합금」도 마찬가지다.
이것들은 합금시대의 선두주자들이다.
21세기를 주도하는 신소재 부문에서 우리가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첨단기술의 거 보를 내디디는 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