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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억원 줬는데 0골…괜히 데려왔나봐, 포그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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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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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왓퍼드와의 원정경기 도중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인상을 쓰는 폴 포그바.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축구선수 포그바는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런던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전통의 명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시즌 초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1300억원의 사나이’ 폴 포그바(23·프랑스)가 가세했는데도 3연패를 당했다.

역대 최고 이적료 지불한 맨유
3연패 당하며 리그 7위로 추락
상대 선수 "동료에게 소리만 질러"

박지성(35)이 활약했던 2005년부터 7시즌간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최강이었다. 알렉스 퍼거슨(75·스코틀랜드) 당시 감독은 1986년부터 27년간 각종 대회에서 38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2013년 퍼거슨 은퇴 이후 맨유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데이비드 모예스(53·잉글랜드) 감독과 루이스 판 할(65·네덜란드) 감독 체제에선 7위→4위→5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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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맨유는 명가 재건을 위해 22회 우승에 빛나는 조제 모리뉴(53·포르투갈) 감독을 영입했다. 여기에 역대 최고의 이적료인 1억500만 유로(1314억원)를 주고 미드필더 폴 포그바도 데려왔다. 2012년부터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세리에A 4연패를 이끌었던 포그바에게 프리미어리그 최고 주급(29만 파운드·4억2300만원)을 보장하고 스카우트한 것이다. 맨유는 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와 헨리크 미키타리안(27), 에릭 베일리(22) 등을 영입하는데 총 1억4300만 파운드(2090억원)를 쏟아부었다.

개막 직후 3연승으로 활기차던 모리뉴 호(號)의 발걸음은 최근 3연패를 당하며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지난 10일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에게 1-2로 졌고, 지난 16일 페예노르트(네덜란드)와의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또 지난 18일 왓퍼드와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에서도 1-3으로 지면서 리그 7위(3승2패)로 추락했다.

비난의 화살은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축구선수 포그바를 향했다. 올 시즌 포그바는 4경기에 출전해 360분을 뛰면서도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유로파리그에서 맨유를 상대한 페예노르트 공격수 디르크 카윗(36)은 “맨유전 전반에 들은 건 포그바의 성난 목소리 뿐이었다. 후반엔 더 큰 소리로 동료들에게 소리를 지르더라.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포그바는 유벤투스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우수한 체격조건(1m91cm)과 유연한 플레이를 앞세워 공격 재능을 발휘했다”면서 “하지만 4-2-3-1 전형을 쓰는 맨유에서 포그바는 자기팀 박스에서 상대팀 박스까지 폭넓게 움직여야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다. 수비 부담 때문에 장점인 공격력이 살아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베테랑 공격수 웨인 루니(31)가 슬럼프에 빠진 것도 고민이다. 루니는 왓퍼드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최악의 플레이를 했다. 맨유 잡지인 ‘레드 이슈’ 팬 투표 결과 응답자의 99%가 ‘루니를 선발명단에서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과 용병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비를 탄탄히 한 뒤 빠르게 역습하는 특유의 전술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 모리뉴 감독이 공식 경기에서 3연패를 당한건 10년 만이다.

맨유 선수들은 올 시즌 정규리그 5경기에서 총 526.6㎞를 뛰었다.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중 가장 짧은 거리다. 1위 리버풀(581.6㎞)과는 55㎞나 차이가 난다. 유로스포트는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게으른 팀”이라고 혹평했다. 현지 언론은 ‘모리뉴 감독이 포그바를 중심으로 전술을 다시 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그바는 SNS를 통해 ‘결과는 좋지 않지만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맨유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맨유는 22일 노샘프턴 타운과 리그컵 3라운드, 24일 레스터시티와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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