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여성들 생활용품 구매 카드·할부티켓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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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금으로 왜 옷이나 핸드백을 사요? 요즘엔 주민등록증만 보고도 할부에 할인까지 해주는 곳이 많아 돈 내고 사면 왠지 손해본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직장여성 김영숙양(24·J회사 업무사원)의 이 같은 얘기는 여성용품 구입에 대한 많은 직장여성들의 구매패턴 변화를 잘 대변해 준다.
각종 크레디트카드의 도입과 함께 요즘은 고급여성 의류나 구두·핸드백 등의 경우 외상할인(?)구매는 물론 3개월 무이자할부·24개월 저리장기할부제 등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어 이 같은 변화를 뒷받침 해준다.
월25만원의 봉급을 받고 있는 김 양의 경우 당장 입고있는 유명메이커의 투피스 및 핸드백·구두를 모두 외상으로 구입했는데 현금지불보다 30∼40% 싼값에 3개월 무이자직장할부 티켓으로 샀다는 것.
직장할부구매티켓은 여성용품의 계속적인 구매를 필요로 하는 직장여성고객을 확보하려는 고급여성의류 및 구두메이커들에 수수료를 받고 각 기업체에 파고들어 직장 내 여성판매책임자를 물색해 주는 대행업소가 생겨난 80년대 초부터 비롯됐다.
현재 서울에는 제일 및 극동신용카드공사·화인신용카드·서울상사 등 4개의 대행업소가 성업중인데 이들은 중소 및 대기업직장 내에 약2만 명의 여성판매책임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
할부구매티켓 담당 여사원들은 동료들에게 3개월 무이자할부티켓을 판매하고 수금 시 구매 액의 6∼8% 수수료를 갖게되며 보너스로 메이커로부터 여러 장의 할인권을 지급 받게 된다.
담당자가 동료여직원에게 어떤 메이커의 티켓을 권하느냐에 따라 매상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들 메이커들은 실적 좋은 담당자를 위한 야유회, 송년파티, 시상식도 갖는다.
할인권의 경우 보너스의 의미보다 충동구매를 위한 경우가 많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많은 직장여성들이 실질적으로 30∼40% 싼 가격에 3개월 무이자 외상거래 하게되는 셈.
제일신용카드공사 신기수씨는 『웬만한 고급여성의류메이커의 매출액 중 30∼40%이상이 직장할부티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나머지 부분도 은행카드·백화점카드 등을 통한 할부판매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82년도부터 실시된 은행신용카드의 경우 85년 말 현재 33만 명의 회원 중 6만 명이 직장여성회원이다. 이 여성들의 지난1년간 구매액은 1백39억 원 선이었는데 이중 60∼70%가 여성용품구매에 쓰여졌다는 것이 은행신용카드업무를 총괄하는 주식회사 BC카드 유승모씨의 집계.
은행카드는 올 들어 24개월 저리할부제를 실시해 직장여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최근 주민등록증만 보고 물건을 3∼6개월 할부외상으로 내주는 경우가 많은데 신씨에 따를 경우 이러한 업소들은 돈이 수금 안 되는 사고율을 0·2%로 보고 있어 그렇게 라도 충동구매를 유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이 직장여성들의 고급여성용품구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갖가지 할부판매제도는 일시불현금으로 마음에 드는 고급 여성용품을 구입할 수 없는 많은 직장여성들에게 그게 이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할부 및 할인이 불요불급한 물건의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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