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식 김영란법?…고객에게 3만원 초과 식사 살 땐 사전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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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이 고객에게 3만원을 초과하는 식사ㆍ선물을 제공하거나 20만원을 초과하는 경조비ㆍ조화ㆍ화환을 제공할 경우 미리 준법감시인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은행이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ㆍ대학 등에 거액의 출연금을 내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영업권을 대가로 한 사실상의 ‘리베이트’라는 판단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금융권의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이 이번에 개선안을 마련한 건 7월 말 은행의 내부통제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안 34조 2항은 은행이 은행이용자(고객)에게 업무와 관련해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하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28일 공직자ㆍ언론인ㆍ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빗대 ‘은행권 김영란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금감원은 내년 1분기 중 은행권의 재산상 이익 제공과 관련한 적정성을 점검하고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 준법감시인 보고, 이사회 의결과 공시 준수 여부 등을 중점 점검한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이 주거래은행 계약을 위해 단체 고객에게 출연금을 주던 막는 관행을 시정하는데 감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4개 시중은행이 출연금 명목으로 지자체ㆍ학교ㆍ병원 등에 제공한 금액은 8200억원이나 됐다. 연 평균 2000억원 수준이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은행의 과도한 이익 제공은 은행 경영건전성을 저해할뿐만 아니라 선량한 금융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신용상태가 좋지 않은 금융투자회사(증권사ㆍ자산운용사 등) 직원에 대한 집중 관리를 한다. 급여가압류 직원이나 신용불량 직원 등이 대상이다. 고객자금 횡령 같은 불법 영업행위를 막자는 차원이다. 이는 최근 한 증권사 지점 차장급 직원이 고객 20여명에게 “연 25% 수익을 내주겠다”며 50억원을 받은 뒤 횡령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피해고객들은 이 차장급 직원이 이미 두 차례 금융사고를 일으켜 급여 가압류 조치를 당했는데도 현장 지점에 배치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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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경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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