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복지 가속화할 장치마련"|전 대통령 제헌절 경축사<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는 오늘 민주헌정을 소중히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할 국민 모두의 투철한 의지와 슬기로운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헌정은 지난 30여 년간 파란과 시행착오가 거듭되는 험난한 역정을 걸어왔다.
헌법이 8차례나 바뀌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헌정사는 숱한 기복을 겪는 가운데 여러가지형태의 정치제도를 두루 경험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적지 않은 실패와 과오로 얼룩진 헌정사의 교훈을 곰곰이 되새기면서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과제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할 때다.
우리 모두가 깊이 인식하고 있는바와 같이 우리 나라 헌정의 순조로운 발전을 저해해온 가장 큰 장애물은 집권자의 정권연장 욕구였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의 과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평화적 정권교체의 선례를 만드는 일이다.
제5공화국 헌법이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할 요소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해 놓고 있는 뜻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본인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 본인에게 부하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책무라는 신앙에 따라 현행헌법의 단임 정신을 준수함으로써, 어떠한 난관이 있더라도 우리 헌정사의 오랜 숙원이며 국민적 염원인 평화적 정권교체의 길을 기필코 열어 놓고자하는 결의에 차있다.
그러므로 최근의 헌법논의를 비롯하여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은 88년 평화적 정권교체의 실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헌법은 우리의 항구적 국가목표와 민족의 이상이 담겨있는 「이상과 규범의 장전」인 동시에 오늘의 역사적 현실과 밀접하게 매개되어있는 「시대의 산물」이다.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현행헌법도 지난 5년간의 성과가 입증하듯이 오늘날과 같은 우리의 성장과 발전을 가능케 해준 길잡이로서, 그 규범적 가치와 능률성이 매우 높다고 본인은 확신하고있다.
그러나 한편 우리사회의 산업화를 통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제기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와 다원적 가치를 조화롭게 수용하는 노력도 민주헌정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사려 깊은 슬기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최근 현행헌법을 고치자는 요구에 대해서 본인이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토록 한 것도 상반된 정치적 주장의 타협이 이 시점에서 민주주의를 일보 전진케 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인은 앞으로 전개될 헌법논의가 우리 나라 정치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민주발전의 원칙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먼저 우리는 제도의 개혁이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며 또 만인의 이익과 요구를 모두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제도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여, 서로가 자제와 호양의 정신을 발휘함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특히 우리는 독선에 빠지거나 특정개인과 파당의 이기적 책략에 휩쓸리게 됨으로써 나라의 기본질서와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 상호간의 이해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게 될 부당한 주장들을 냉정히 가려내는 슬기가 요구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변화와 발전인 것이며 결코 파괴와 변혁은 아니다.
아울러 우리는 지금 이 시점에서 냉엄한 안보현실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선진도약을 이룩하여 민족사에 신기원을 열어 나가야 할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헌정의 발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국민복지와 국가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오늘의 역사적 분기점에서 우리의 헌정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구현과 조국의 평화통일성취, 그리고 겨레의 무궁한 번영을 위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알뜰하게 지키고 가꾸어나갈 결의를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헌법에 관한 최근의 국민적 관심과 논의가 순조롭게 진전되어 우리 헌정사에 금자탑을 세우게 되기를 기원하면서 우리 모두 뜻과 슬기를 한데 모아 힘써나갈 것을 굳게 다짐하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