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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소설의 침체가 거론될 만큼 지금 한국문단은 몇몇 장편을 빼놓고는 문제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즈음하여 눈을 해외로 돌려 지금 세계의 문학풍토는 어떤 조류가 지배하고 있는지, 또 어떤 작가가 활동하고 있는지를 4회에 걸쳐 알아본다. 우리 문학풍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미국문학은 현재 뚜렷한 경향이나 이즘이 대두되고 있지 않다.
60년대부터 미국문단에 큰 흐름을 형성해왔던 반소설형태의 실험소설(포스트모더니즘)은 80년대 들어와 다소 수그러든 인상이다.
대신 작가가 이야기 꾸미기를 거부하여 스토리가 해체되고 실제 이야기가 그대로 픽션에 도입되는「넌픽션소설」과 기존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소설,「아이아 코카」「예거」등의 자서전에서 비롯된 전기문학붐등이 다양한 문학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중 아직까지 가장 주목해야할 문인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역시 포스트 모더니즘계열의 소설가들이다.
리얼리티는 주관적이고 언어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자각에서 발생된 반사실주의 경향의 포스트모더니즘은「코진스키」「보네거트」「바셀미」「나보코프」등에 의해 주도되어 왔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대표적 작가인「바셀미」는 실험소설의 피할 수 없는 종결을 예고한 작품『죽은 아버지』를 75년에 최초로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역시 해체소설만을 주로 발표해온「코진스키」는 79년에 발표한『연애연습』을 통해 자신의 변화를 보였다.
많은 여성들의 잠재력을 깨우쳐주는 한 외로운 남성이 자신이 발견한 사람을 소유욕이 정당한 인간관계를 해친다는 생각때문에 끝내 뿌리친다는 내용.
집단조직을 거부하고 철저한 자아에 의존하던「코진스키」의 실험소설에는 크게 벗어나지 않으나 과거의 소설에 비해 플로트가 되살아나고 주인공이 세상과의 연계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이야기 꾸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69년 2차대전의 허구적 경험을 제시한 문제의 장편『제5도살장』을 발표함으로써 포스트모더니즘이 갈 길을 제시했던「보네거트」도 82년에 발표한『데드아이디크』(Deadeye Dick)를 통해 완전히 다른 작품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우발적인 총기사고로 임신부를 죽임으로써 살인범으로 평생 그 대가를 치르고 사는「디크」의 이야기속에서 전통적인 사실주의 수법으로 전부 되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개인이 겪는 이야기가 난해한 서술 가운데서도 견고한 뼈대를 이루고 나타나고있다.
그동안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소설들이 상상력의 확대를 통해 일부 독자들에게 선호되어 왔으나 플로트·주인공·성격발전등이 없는 해체형식, 사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반사실주의, 이야기를 통한 감동의 거부등으로 인해 결국 독자와의 괴리감을 확대시킨다는 관점에서 프랑스의 누보 로망의 퇴조와 함께 이들 소설의 약화는 미국현대소설의 가장 큰변화로 보인다.
이와함께 많은 젊은 작가들은 문학작품 자체에서부터 현실로 눈을 돌려 역사적·사회적 관심을 새롭게 표명하고 있다.
한편 전통적 사실주의를 추구하는「업·다이크」「존·치버」「솔·벨로」등도 최근까지 자신의 위치를 지키며 원로작가로서 꾸준히 활약하고있다.
7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솔·벨로」는 그동안의 긴 침체기를 거쳐 82년 노교수가 한 공산국가를 방문해 삶의 모순을 겪는 장편『학장의 12월』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반사실주의 작가인「노먼·메일러」는 79년 주인공에 관한 자료나열로 소설을 엮어간 새로운 경향의 작품『처형인의 노래』를 발표한 것을 비롯해 83년 이집트인의 4대에 걸친 긴 생애를 그린『고대의 밤』, 85년 미스터리형식을 통해 20세 후반의 미국인 근본문제를 제시한 작품『거물은 춤추지 않는다』를 출간해 문단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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