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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서 제2 만득이 사건 발생…40대 지적장애인 폭행하고 장애수당 가로챈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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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청원경찰서 곽재표 수사과장이 8일 오전 지적장애인을 상습폭행 하고 수급비를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부부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최종권 기자]

축사에서 노예처럼 생활한 ‘청주 만득이’ 사건이 공분을 산 데 이어 40대 지적장애인을 수시로 때리고 장애수당까지 가로챈 6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12일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타이어 가게에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지적장애 3급 장애를 가진 김모(42)씨에게 임금 한 푼 주지 않고 폭행을 일삼은 변모(64)·이모(64)씨 부부를 특수상해·횡령·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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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 부부가 지적장애인 김씨를 폭행하는데 사용한 몽둥이. `거짓말 정신봉`,`인간제조기`라는 글씨가 써져 있고, 곡괭이, 각목 등 도구도 보인다. [사진 최종권 기자]

변씨 부부는 2006년께 김씨를 가게로 데려온 뒤 10년 동안 돈을 주지않고 일을 시키며 몽둥이로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장애수당·기초생계급여·기초주거급여 등 매월 40만원(2016년 기준)을 횡령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난달까지 이들 부부가 횡령한 돈은 2400여 만원이다. 가로챈 돈은 변씨의 아내가 매월 10만원씩 자신의 통장에 입금하고 나머지 돈은 생활비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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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 부부가 지적장애인 김씨를 폭행하는데 사용한 몽둥이. `거짓말 정신봉`,`인간제조기`라는 글씨가 써져 있고, 곡괭이, 각목 등 도구도 보인다. [사진 최종권 기자]

변씨 부부는 김씨 아버지(2008년 작고)가 같은 동네에 사는 변씨에게 “아들을 먹여주고 돌봐만 달라”고 부탁하자 데려왔다. 김씨 집은 타이어 가게에서 약 7㎞ 떨어져 있었다. 누나 2명과 형 1명은 결혼을 한 뒤 부산·경기도로 떠나면서 김씨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 때 가족들이 타이어 가게를 몇 번 찾아오긴 했지만 연락이 잘 닿지 않아 김씨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김씨가 거짓말을 하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 온 몸을 때렸다. 경찰은 병원진료기록 등을 확인해 변씨 부부가 10여 차례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제조기’, ‘거짓말 정신봉’이라고 써진 1m 길이 정도 몽둥이와 고추대로 사용한 각목·곡괭이 등이 폭행에 사용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부부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변씨 부부는 일부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몽둥이로 폭행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임금착취 사실은 인정했다.

김씨는 10년간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했고, 변씨 부부의 농삿일도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발견 당시 6.6㎡되는 콘테이너 박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 기간에 변씨 아내는 김씨에게 지급된 장애수당도 빼앗았다. 장애 수당 착취는 2007년 5월부터 최근까지 이뤄졌다.

변씨 부부의 범행은 지난 4일 주민이 “타이어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인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이 마을 주민들은 “김씨가 이전에도 팔에 깁스를 하고 담배를 구걸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조만간 변씨 부부의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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