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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꾼 페이스북…'네이팜 소녀' 사진 게재 허용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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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퓰리처상을 받은 AP통신 닉 우트 기자의 `네이팜 소녀` 사진. 전쟁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역사적 보도사진이다. [중앙포토]

페이스북이 아동 누드라며 삭제했던 베트남전의 '네이팜 소녀' 사진 게재를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네이팜 사진은 베트남 전쟁 당시 네이팜탄 공격을 받아 불붙은 옷을 벗어 덜지고 벌거벗은 채 거리를 내달리는 9세 소녀 킴 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전 세계에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알리면서 퓰리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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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페이스북은 노르웨이 작가인 톰 에게란드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글에서 첨부한 이 사진을 삭제하고 에게란드의 계정을 정지시켰다.

생식기나 엉덩이, 가슴 등이 노출된 모든 사진은 삭제하는 페이스북의 운영 원칙에 따른 조치였다.

하지만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 '아프로포스텐'이 신문 1면에 이에 대한 공개 항의 서한을 게재하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페이스북에 질의하며 논란이 커졌다. 아프로포스텐의 한센 편집국장은 "페이스북은 아동 포르노와 유명한 전쟁 사진도 구분하지 못한다"며 "당신(저커버그)는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디언의 질의에 대해 당초 페이스북은 "어떤 경우에 아동 누드 사진 게재를 허용하거나 금지할지 구분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노르웨이 총리가 나서 네이팜 소녀의 사진을 올리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 이라고 항의하는 등 거센 반발이 잇따르자 결정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페이스북은 9일(현지시간) 가디언을 통해 "어린이 알몸 사진은 통상적으로 우리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다. 일부 나라에서는 어린이 포르노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진은 특별한 순간을 기록한 이미지로서 역사성과 세계적 중요성을 인정한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 "이 상직적 사진의 역사적 중요성과 공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누드사진을 삭제함으로써 얻어지는 가치보다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래서 우리는 삭제했던 사진을 다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정책은 표현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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