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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유승민에 "모병제 정의롭지 못하다는 건 오만"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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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도지사, 유승민 의원. [중앙포토]

남경필 경기지사가 8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을 향해 "정의의 독점은 전체주의의 시작이며 히틀러도 자신은 정의롭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유 의원이 (7일 한림대 강연에서) '모병제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한 데 대해 모병제 공개토론을 시작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남 지사는 "누구의 생각을, 어떤 정책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라는 인류보편적인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며 "그런 정책이 정의롭지 못하다는 규정은 오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모병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면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지만 '네 생각은 정의롭지 못해'하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정의의 독점은 전체주의의 시작이며 히틀러도 자신은 정의롭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남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혀 고통받았던 유 의원이 남의 생각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며 "민주주의의 기본은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남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인 데 그렇게 해 달라"고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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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남경필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쳐]

이에 유 의원 측은 남 지사의 공개토론 요청에 "다른 사람이 제기한 이슈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 의원은 7일 오후 강원대 춘천 한림대에서 "왜 정의인가"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영국 여와 엘리자베스 2세가 2차대전 당시 18살 자원 입대해 트럭 운전해 구호품을 수송하고 앤드류 왕자는 포틀랜드 전쟁에 참전해 비행기를 몰고 영국 군함을 보호하는 표적이 되는 비행을 했다"며 "이런 것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말했다. 그런 뒤 "최근 일부 정치인이 '정예 강군을 만들겠다'며 주장하는 모병제는 부잣집 애는 군대에 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 가난한 집 자식만 군에 가는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며 남 지사의 모병제 주장을 비판했다. 또 "자식이 전방 GOP에 가서 목함 지뢰를 밟거나 내무생활에 괴로워 자살하는 걸 바라는 부모가 누가 있겠느냐"며 "모병제는 우리나라의 국민의 상식과 평등에 대한 욕구 때문에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 못하는 주장"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유 의원은 "현재 징병제를 유지하되 부사관을 확대하고 무기를 강화하는 군이 돼야 한다"며 "2026년부터 저출산때문에 (병역 대상 인원이) 절대 부족해 모병제까지 실시하면 군이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모병제는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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