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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경제현안의 협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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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서 열리고 있는 제5차 한미경제협의회는 최근 양국무역과 관련된 제반 현안들이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만큼 정부로서는 거듭 신중하고 지혜로운 자세로 임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협의회는 현안으로 제기되어온 모든 연관 문제들을 폭넓고 진지하게 협의하되 결코 일괄타결이나 조기완결을 서둘러서는 안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현안들, 예컨대 시장개방과 섬유협정, GSP와 뉴라운드 협의, 이른바 301조 협상과 관련된 지적 소유권 보호문제와 서비스 시장문제 등은 하나같이 우리 경제의 현재와 앞날의 발전과정에 결정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므로 결코 시한에 쫓기거나 압력에 밀려 일괄적으로 처리되거나 졸속으로 타결할 성질이 결코 아니다.
사안별로 나누어 우리가 주장할 것과 요구할 것을 분명히 제시하고, 우리가 설명하고 이해시킬 것은 충분히 설득하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는 충분한 준비와 대응을 마련한 뒤에 수용한다는 확고한 자세가 먼저 서 있어야 한다.
이같은 자세는 협상의 기본원칙이지만 한미간 협의의 과거를 돌아보면 제대로 지켜진 경험이 많지 않았다.
우리 나름의 장기 시장 개방스케줄을 세워놓고도 압력에 밀러 계획된 일정을 바꾸거나 앞당기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상대방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요구조차 제대로 공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전자의 경우 우리의 상품시장 개방률이 이미 91%에 이르러 선진국수준에 와 있는데도 미국측은 끊임없이 그들만의 관심 품목을 내세워 강요하고 압력을 가중시켜 왔다.
후자의 경우는 섬유협정이나 이른바 301조 협상에서 두드러진다. 섬유협정은 양극간 쌍무협정이 아직도 유효한데 이를 완전 무시하고 85년 쿼터로 동결하자고 나섰다.
이른바 지적 소유권보호와 금융·서비스시장의 개방을 노린 이른바 301조 협상도 정상적인 통상협의라기보다 억지춘향의 강압적 교섭방식이다.
미국측의 이같은 전면공세는 개별적 사안의 불합리와 어거지를 호도하려는 일괄타결 전략임이 분명하므로 우리가 그런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상품시장 개방은 우리의 기존 스케줄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는 품목중심으로 협상해야할 것이다.
쿼터동결을 내세운 섬유협상은 원천적으로 MFA나 쌍무협정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그들의 요구가 부당한 것이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들이다.
더욱 큰 관심사는 이른바 301조를 내세운 지적 소유권 협상인데 이 문제는 정부의 신중한 자세가 긴요하다.
저작권보호문제나 물질특허 문제는 이미 국내 출판계와 전경련 등 민간 16개 경제단체들이 일괄적·일방적 보호에 전면 반대하고 있는 점, 이들 소유권의 보호가 국내연구개발과 기술혁신·국민복지와 보건 등 광범한 문제들을 유발하는 사안이니 만큼 결코 서둘러 매듭지을 일이 아님을 재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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