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습니다] 한중전 끝나고 치우미 한가운데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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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가 열린 지난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경기 시작전부터 몰려드는 중국 응원단의 구호로 시끌벅적했다. 중국축구협회는 이날 경기에 앞서 경기장 남측 전 좌석(1만 5000석)에 대한 티켓을 요청할만큼 많은 수의 중국응원단이 예상됐다. 이에따라 과열로 인한 ‘불상사’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중국 축구 응원단은 ‘치우미’(逑迷)라고 불린다. ‘공에 미친 사람’이란 뜻이다. 이날 우려는 치우미의 부끄러운 역사에 기인한다. 지난 2000년 7월 28일 중국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열린 한중 축구정기전에서 1-0으로 지자 치우미는 한국 응원단에 돌멩이를 던졌다. 또한 2004년 5월 1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올림픽 지역 예선 경기에서도 중국이 한국에 0대2로 패하자 중국팀 벤치에 물병과 오물을 투척했다. 그해 8월 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본과 중국의 아시안컵 결승에서 중국은 일본에 1-3으로 패했다. 이에 분노한 중국 축구팬의 거친 행동으로 당시 가와구치 요리코 일본 외상은 경기 이틀 뒤인 9일 이임인사차 일본 외무성을 방문한 우다 웨이 주일 중국대사에게 일본 공사가 탄 차의 유리창이 깨진 데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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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에 온 중국 응원단은 모두 1만 여명. 당초 예상만큼 남측 전 좌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인상적인 규모인 것은 사실이었다. 이 숫자만해도 국내에서 개최된 A매치중 가장 많은 원정 팬이 온 경기로 꼽힐만 했다.

기자 또한 우려했다. 역대전적 30전 17승 12무 1패. 중국 기준으로는 1승 12무 17패. 이날까지 한중전에서 거둔 중국의 성적표였다. 경기는 중국이 막판 분전하면서 3-0에서 3-2로 한국이 이겼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중국은 1승 12무 18패가 됐다.

기자는 카메라를 들고 중국 응원단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 ‘치우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기위해서였다.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불상사’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중국 응원단 속으로 뛰어들었다.

소란스러운 그들 속으로....

우려는 기우였다. 그들은 질서정연했다. 자신의 쓰레기는 모두 수거했고,경기장을 질서있게 빠져나갔다. 그들은 기자에게 ‘짜이찌엔(再見)’이라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졌지만 표정은 밝았다. 한 중국 응원단은 “다음엔 되갚아주겠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적의(敵意)가 전혀없는 웃는 얼굴이었다.

‘제11차 G20정상회의’가 4ㆍ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렸다. 이날의 중국 응원단은 부끄러운 역사의 ‘치우미’가 아닌, G20의 품격을 지닌 ‘치우미’였다.

영상은 이번 한중전이 끝난 뒤 그들의 생생한 모습이다. ‘두려움’으로 간 그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담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인 한국과 중국은 내년 3월 23일 중국에서 한번 더 만난다 .

기획·영상 조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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