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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사드 배치 반대” 오바마 “동맹 결속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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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미·중 정상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논의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하지만 두 정상은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인 파리협정의 비준을 동시에 선포하는 성과를 거뒀다.

시진핑, 중국 안보이익 존중 요구
오바마는 남중국해·인권도 언급
두 정상 북핵·미사일 제재엔 협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저녁 중국 저장성 항저우(杭州)에서 글로벌 이슈 및 양국 간 현안 전반에 대해 4시간 이상 회담했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의 발표문에 따르면 북핵 해결책과 사드 배치 문제도 의제에 포함됐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따른 위협을 재인식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 등의 전면 이행을 포함,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다. 하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며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전(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각 당사국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피하고 (긴장 고조 상태인) 정세 전환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은 물론 사드 배치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한꺼번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언급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의 결속력에 대해 강조했다”고만 전했다. “사드는 북한 위협으로부터 미군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란 기존 입장을 강조했을 것으로 추정케 하는 대목이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 앞서 파리협정 비준 증서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함께 전달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8%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파리협정 동시 비준은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서의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반 총장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양국이 힘을 합쳐 해냈다”고 환영했다. 지난해 12월 197개국이 서명한 파리협정은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국의 탄소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된다. 미·중에 앞서 26개국이 비준을 마쳤으나 배출량 합계는 1%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파리협정은 산업혁명 이전 시기와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는 게 목표다.

양국 정상은 이 밖에 ▶남중국해 항행 ▶중국 인권과 종교 상황 ▶대만·티베트 문제 ▶철강·알루미늄 과잉생산 등 폭넓은 의제를 놓고 의견을 나눴지만 인식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유엔해양법 조약 가맹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고 강조하자 시 주석은 “중국은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단호히 지킬 것이며 동남아 국가들과 대화로 문제를 풀 테니 미국은 건설적 역할을 해 달라”고 되받았다. 이번 회담은 4개월 앞으로 퇴임이 다가온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만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항저우=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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