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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한진 배 5척 하역 마쳤지만 새로 실은 컨테이너는 한 개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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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에도 부산신항만 한진터미널에선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이어졌다. 이날은 한진마르·한진저머니 선박이 차례로 입항해 하역작업을 진행했다. 앞서 2일 신항만에 한진텐진호·한진롱비치 선박이 하역 작업을 재개했다. 이로써 부산 앞바다에서 대기하던 한진해운 선박 5척은 모두 컨테이너 하역 작업을 진행했다. 텅 비었던 한진터미널은 지난해 평균(73.7%)에 가까운 72.6%의 적재율을 보였다. 터미널 가득 쌓인 컨테이너만 보면 아무 일이 없는 듯싶다.

일부 화물, 현대상선으로 옮겨져
수출기업들 “납기 지연 피해 커져”

하지만 하역 작업을 마치고 출항한 한진텐진호·한진롱비치·한진멕시코에는 단 한 개의 컨테이너도 싣지 못했다. 거꾸로 한진터미널에 적재돼 있던 수출화물이 육로를 통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실릴 예정이던 LG전자의 냉장고·세탁기 컨테이너 300개(40피트) 물량이 현대상선으로 옮겨졌다. 2일 오후 5시까지 한진터미널에 적재된 수출화물은 8084TEU(1TEU는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개)였지만 하루 새 7605TEU로 줄었다.

4일 오후 1시20분.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신항만에서 30㎞ 이상 떨어진 국제여객터미널을 찾아 항만물류 관련 경제단체, 노조 등과 간담회를 열었다. 김 장관은 “한진해운 환적물량의 최소 70%를 부산항이 확보할 수 있도록 환적화물 인센티브 확대, 선사 마케팅 강화, 터미널 간 환적 효율화 조치 등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 시나리오’도 없는 정부에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수출 관련 기업의 대책 마련 요구가 빗발쳤다. 이갑준 부산상의 부회장은 “3개월 내에 물류대란을 잡겠다고 하는데 정작 수출기업은 납기 지연에 따른 신용도 하락으로 그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수출에 주력한 중소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한진해운이 부산항에서 처리하는 물동량은 20피트 컨테이너를 기준으로 연간 180만 개에 이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최대 160만 개의 물량이 이탈하면 부산 지역 해운과 항만업계 종사자 2300명이 일자리를 잃고 4000억원대 피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부 측에선 아직 구체적인 물동량 이동 등 정확한 수치 파악을 못하고 있다.

부산=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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