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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모발이식 효과 검증하는 ‘토털뷰’, 재수술 걱정 덜어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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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라인의원 백현욱 원장이 탈모 치료를 앞둔 60대 환자의 두피 상태를 실시간 동영상 촬영(토털뷰)으로 기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정한

완치가 어려운 질환일수록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난무한다. 대표적인 질환이 탈모다. 민간요법과 과대 광고에 현혹돼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환자가 많다. 의학적 치료를 할 때도 충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선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노블라인의원 백현욱(대한모발이식학회 학술이사) 원장의 도움말로 탈모 치료 전후에 알아둬야 할 점을 짚어봤다.

탈모 치료 전후 유의할 점

제품 과열 경쟁으로 환자 피해 증가

탈모 관리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에 달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마케팅과 광고로 인한 환자 피해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백현욱 원장은 “모발을 새로 자라게 하는 자가치료법은 없다. 탈모 진행을 늦춘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일부에만 효과가 있는 것을 부풀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해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게 만드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탈모 치료법으론 약물과 모발이식이 있다. 약물은 탈모의 원인인 남성호르몬(DHT)의 작용을 억제해 진행 속도를 늦춘다. 모발이식은 한발 더 나아가 모발을 심어 자라게 한다. 백 원장은 “탈모 환자도 머리 뒤·옆쪽 모발은 튼튼하다. 이 부위의 모발 뿌리 부분(모낭)이 DHT에 덜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성질은 다른 곳에 이식해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된다”며 모발이식 원리를 설명했다.

모발이식 방법은 두피를 사각형(최대 가로 10~15㎝, 세로 1.5㎝)으로 길게 떼는 ‘절개식’과 작은 원(지름 1㎜)으로 분리하는 ‘비절개식’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모두 채취한 두피에서 건강한 모낭만을 분리해 이식한다.

대량 모발이식엔 非절개식 효과적

하지만 모발이식도 무턱대고 선택했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백 원장은 “병원을 찾는 10명 중 3명은 모발이식 재수술을 문의하는 환자”라고 말했다. 추가 탈모로 인한 재수술보다 수술 실패나 환자 본인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치료 성적과 환자 만족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의료진의 숙련도다. 모발이식에선 채취한 모낭을 빨리 이식할수록 생착률(이식한 모발이 건강히 자라는 비율)이 높아진다. 채취와 이식 과정이 분리된 절개식은 비교적 의사의 손을 덜 탄다. 반면에 비절개식은 조금씩 뽑아 심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전문성이 보다 강조된다. 백 원장은 “모발을 촘촘히 심을수록 옆 모발이 뽑히는 ‘팝핑’ 현상이 심해진다. 두피를 당기거나 주사액을 이용하는 식으로 이를 보완하는데,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

모발이식 방식에 따라 흉터 크기나 모발이식 개수 등에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절개식으로 하면 최대 이식 가능한 모발 수가 보통 3000~5000모다. 한 번에 뗄 수 있는 두피 면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비절개식은 1회 최대 1만 모 이상 이식이 가능하다. 모발이 부족한 경우 턱수염을 활용할 수도 있다. 백 원장 역시 2013년 비절개식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1만4000모(한 명) 모발이식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백 원장은 “모발이식을 해도 혈액과 영양 공급 등을 이유로 기존의 모발 밀도를 완벽히 회복하긴 어렵다. 본인이 합리적인 기대치를 가져야 한다”면서 “각각의 치료에 대한 기대 효과를 꼼꼼히 검토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모발이식 전후 실시간 동영상 촬영

문제는 모발이식 등 탈모 치료를 선택할 때 환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흔히 쓰이는 사진으로는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촬영 각도나 조명, 빗질처럼 실제 치료와 관계없는 요소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 원장은 탈모 치료 효과 검증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실시간 동영상 촬영, 이른바 ‘토털뷰(Total View·QR코드 참조)’다. 3년여에 걸친 연구로 완성돼 지난 6월 국제학술지에 왜곡 없이 객관적으로 모발 분포를 평가하는 가이드라인을 게재했다. 기존에도 동영상 촬영이 이뤄지긴 했지만 토털뷰처럼 완결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건 처음이다.

토털뷰는 치료 전후에 이뤄진다. 대상자의 두피를 구역별(헤어라인·전면부·두피 중앙·정수리·뒤와 옆머리)로 나눠 평가하고, 이 과정을 끊지 않고 촬영한다. 두피 중앙 부분의 경우, 치료 부위 양쪽 방향과 머릿결 반대 방향으로 빗질하고 서너 차례 가르마를 타 두피를 관찰하는 식이다. 2분 안에 촬영이 끝나고 빗과 머리띠,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백 원장은 “탈모 치료 종사자들은 뛰어난 제품이나 의술을 소개할 수 있고, 환자는 효과를 미리 알고 이용할 수 있는 윈윈(win-win)방식”이라며 “국내외의 추가 의견을 받아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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