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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진해운 빠진 태평양노선…그 자리 노리는 중국계 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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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일 오후 부산 가덕도를 마주한 부산신항만에는 하루 종일 폭우가 쏟아졌다. 오후 4시 1.1㎞에 달하는 한진해운 관할 부두에 305m 크기의 한진텐진호가 접안하자 높이 135m의 대형 크레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한진텐진호는 부산신항만 앞바다에 이틀간 대기했다. 체불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하역업체가 고박 작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가 이날 오전 10시 밀린 임금을 대신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작업이 재개됐고 한진텐진호도 접안할 수 있었다.

해운 운임 60% 이상 급등
중국 코스코, 대만 양밍 등
환적물량 노려 부산항으로

신항만 하역작업이 재개됐지만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수년간 불황에 시달려온 글로벌 해운사들의 ‘물량 빼앗기’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지리적으로 경쟁관계인 중국계 선사들이 적극적이다. 이들은 한진해운의 주력 태평양 노선을 노리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2일 대만국적 선사인 양밍이 일부 노선의 항로 변경을 확정했다. 현재 운영 중인 대만↔미국 남서부(롱비치항) 노선을 운항하는 선박이 부산항까지 경유하기로 했다. 또 중국 최대 선사인 코스코도 비슷한 방식으로 부산에 선박을 직접 투입할 전망이다. 글로벌 선사들은 최소 한 달 전부터 한진해운 법정관리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준비해왔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부산항은 지난 10년간 동북아시아 환적물동량의 80%를 차지했지만 중국계 선사들이 밀려오면 아시아 허브항구가 상하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개시 이후 해운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주력이던 태평양 노선과 중동 노선은 60~69% 급등했다. 유럽 노선의 운임도 20~25% 상승했다. 선사들은 40피트 컨테이너당 1100달러였던 부산신항~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항 운임을 최대 2000달러로 제시했다.

부산=조득진 기자, 문희철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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