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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우성 재기소 “공소권 남용”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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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간첩으로 몰렸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다시 기소된 유우성(36)씨의 혐의 일부에 대해 법원이 공소를 기각했다. “검찰이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준)는 1일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만을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한 판결이다.

법원이 검찰의 기소에 대해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13년 1월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으로 공안당국에 체포된 유씨는 같은 해 8월 1심과 이듬해 4월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국가정보원이 증거로 제출한 ‘중국·북한 간 출입경 기록’이 조작된 문서임이 밝혀진 것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항소심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유씨가 자신의 예금 계좌를 ‘연길 삼촌’이라는 환치기 업자에게 빌려줬다는 이유에서였다.

문제는 유씨가 2010년 같은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데 있었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이미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은 중요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가 아니면 다시 기소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위법한 기소”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화교인 유씨가 자신을 탈북자라고 소개한 이력서를 서울시에 제출한 것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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