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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행복도시 세종에서 시작되는 정 넘치는 ‘행복한 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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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왜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과 응원을 보냈을까? 배우들도 인기가 많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그 시절의 골목길 정취와 추억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주민들이 정겹게 인사를 나누며 같이 먹고 슬픔과 기쁨도 나누는 모습에 가슴 깊이 밀려오는 향수와 그리움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기고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정(情)’ 또는 ‘이웃사촌’이라는 끈끈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두레·품앗이 등 인근 주민과 함께 인생고락을 함께하는 독특한 공동체 문화가 발달해 왔다. 전통건축을 살펴봐도 ‘마당’이라는 공유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는 개인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마을 이웃과 함께 작업하고 삶을 나누고 축제나 결혼식 등을 개최하는 공동공간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 이런 공동체 문화가 많이 퇴색돼 가는 것을 느낀다. 그간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급속한 도시 성장은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 단지 양산, 자동차 중심의 넓은 도로로 인한 생활권 단절을 야기하고, 주민 간의 교류 공간 부족 등으로 고유의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게 됐다. 그 결과 주차·층간소음·교육 등 다양한 주민 간의 갈등이 양산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도 저하되고 있다.

개인주의 도시문화에서 벗어나
행복도시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제2의 마음의 고향 가지길 희망

다행인 것은 2000년대부터 지속가능한 주민 커뮤니티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은평 산골마을은 도로로 단절된 생활권을 생태통로를 통해 연계하고 마을 사랑방, 공동작업장 등을 마련해 주민들의 교류 거점을 형성하고 있다. 또 부산 금샘마을은 ‘금샘마을공동체’를 조직하고 마을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개설 및 소모임 운영을 통해 주민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면서 상업이 활성화되고 지역경제가 향상됨을 보고 점차 자발적인 형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마을단위의 커뮤니티 활동에서 벗어나 도시 전체적으로 마을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다각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는 새롭게 이주한 주민들에게 넉넉한 삶의 여유를 선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건설 단계부터 다방면에서 주민 공동체 문화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시 구조부터 주민자치센터, 문화·복지시설 등 주민 밀착형 편익시설을 집적화한 복합커뮤니티와 학교·공원 등을 생활권 중심에 배치하고, 이를 둘러싸도록 주거지역을 배치함으로써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또 도보 중심의 마을권 형성을 위해 기존의 획일적인 개별단지 위주의 아파트 개발에서 벗어나 10개 내외 단지를 통합해 설계함으로써 하나의 마을로서 유대감을 형성할 뿐 아니라 단지 간 담장을 허물고 순환산책로를 조성하며 단지와 단지가 만나는 지점에 건강·교육·문화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부대복리시설을 통합 배치해 건설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행복도시 주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어울리는 신(新) 도시문화 형성을 위해 상업·문화·휴식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물리적 토대 위에 비물리적 요소 즉, 프로그램이나 관리 그리고 주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진정한 ‘정(情)’ 기반의 주민 공동체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은 이 도시의 주인이 바로 우리임을 자각하게 하고, 계층 간 사회갈등을 해소하며, 잃어가는 인간성과 여유로움, 소통과 질 높은 삶을 우리에게 되돌려 줄 것이다. 그 의미 있는 시도가 행복도시에서 시작되고 있다. 앞으로 행복도시를 통해 대한민국이 기존의 효율성, 개인주의에 길들여진 도시문화에서 벗어나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제2의 마음의 고향을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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