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랑·지혜 다른 침대서 단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22일 싱가포르에서 분리수술을 받은 한국인 샴쌍둥이 사랑과 지혜 자매는 순조로운 회복 과정을 밟고 있다.

싱가포르 래플스병원 루춘용 병원장과 집도의사인 신경외과 전문의 케이스 고 박사 등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쌍둥이 자매가 모두 정상적인 혈압과 맥박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술 당시 입을 통해 목에 낀 인공호흡용 튜브도 제거한 채 자발적으로 호흡하는 등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23일 7층 중환자실에서 처음으로 서로 떨어진 몸으로 방긋방긋 웃고 있을 정도로 건강하며, 두 자매 중 사랑이가 더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수술 후 5일 정도 예상했던 중환자실 입원 기간도 단축돼 이르면 모레쯤 일반 병실로 옮겨질 수 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출혈과 감염 등 우려했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장은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16명의 분야별 전문의가 마취 과정을 포함해 모두 일곱시간 수술장에 차례로 들어가 메스를 잡고 이뤄낸 대역사였다"고 말했다. 간호사와 수술보조 의사까지 포함하면 모두 50명이 수술장에서 대기했다는 것이다.

집도의사인 케이스 고 박사는 "먼저 꼬리뼈 등 들러붙은 척추를 현미경을 통해 수㎜의 간격으로 척수신경을 일일이 분리해가며 잘라낸 뒤 한 개뿐이었던 항문을 각각 따로 만드는 수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 이어 산부인과와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질과 요도를 직장과 분리하고 절개한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로 마무리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가장 큰 관건은 사랑과 지혜 자매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며 잘 자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화기외과 양칭유 박사는 "수술 도중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방광의 배뇨 기능과 직장의 배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마무리를 담당한 산부인과 조안 통 박사는 "이들이 여자 아기란 점을 감안해 흉터를 최소화하는 수술기법을 동원함으로써 나중에 이들이 자라서 비키니도 입을 수 있도록 고려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