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 통화스와프 재개 협상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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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한·일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성 장관이 악수하고 있다. 이날 한·일 정부는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한국과 일본 정부가 통화스와프(맞교환) 재개를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성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렇게 합의했다. 회의 직후 배포한 공동 보도문을 통해 한·일 정부는 “양국 정부는 통화스와프 협정의 구체적 상황에 대해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상 재개는 한국 정부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유 부총리는 회담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통화스와프 논의를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했다. 이제야 논의를 시작하게 됐으며 실제 통화스와프 재개까지는 몇 달 걸린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공동 보도문을 통해 “한국 정부는 양국간 경제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며 그 일환으로 양국간 동일한 금액의 양자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며 “이 통화스와프 협정은 역내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장관 후보자 때였던 올 1월 11일 국회 청문회에서 외환 건전성 대책으로 “(중단된)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재개 등 통화스와프 확대를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한·일 재무장관회의에 앞서 24일 아소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한국쪽에서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화스와프는 외환 비상 사태가 생겼을 때 두 나라가 같은 가치에 해당하는 자국통화 또는 미국 달러화를 맞바꾸는 협정을 의미한다. 원화와 엔화를 직접 교환하는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2013년 7월, ‘원화↔달러화↔엔화’ 맞교환 방식의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은 지난해 2월 중단됐다. 한·일 양국은 통화스와프 협정 중단 1년6개월 여 만에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새로 시작될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 규모와 협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통화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한 데는 경제적 배경보다는 외교·안보적 요인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정부는 거듭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중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유 부총리와 아소 부총리는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거시경제·구조개혁 정책 공조 강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억제를 위한 대북 제재 이행에서의 양국간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등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도 양국의 통화스와프 협상 재개에 영향을 끼쳤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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