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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00㎞ 비행 SLBM, 이전에 없었던 그리드핀 8개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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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지난 24일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한명 ‘북극성’)에 격자형 날개인 그리드핀(grid fin)을 장착해 안정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당국자가 25일 말했다.

엔진 진동 줄이는 비행 안전 장치
4월 공중폭발 발사체에는 안 보여
6월 무수단미사일에 사용해 성공
북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
미사일 전문가 “추가 확인 필요”

이 당국자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이전에 없던 그리드핀이 발견됐다”며 “그리드핀은 미사일이 상승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엔진 진동 및 음속의 10배(초속 3.4㎞)가 넘는 속도로 비행하면서 발생하는 진동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9일에는 발사 직후 SLBM이 폭발했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500㎞를 날린 건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얘기인데, 그리드핀을 설치한 영향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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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5일 노동신문 등을 통해 SLBM 발사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본체 아랫부분(엔진 옆) 분사구 주위에는 그리드핀 8개를 장착했다. 지난 4월 23일 30여㎞ 비행 후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나 7월 9일 발사실험 때는 없던 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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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6월 22일 여섯 번째 만에 발사에 성공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 미사일에서도 그리드핀이 발견됐다. 앞서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발사실험에서 5번 연속 실패했다. 정보당국은 당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추력과 균형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 진동으로 인해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들은 엔진의 노즐이 움직이며 방향을 제어하는 추력편향 방식(Thrust Vectoring)을 사용하는 반면 북한은 가스분사기와 유사한 보조엔진을 달아 방향을 조종한다. 그래서 방향을 바꿀 때 보조엔진의 작동으로 더 큰 진동이 발생해 균형을 잃을 수 있다. 북한은 아래쪽에 그리드핀을 설치한 뒤 실시한 여섯 번째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그리드핀은 과거 소련이 채택했던 구식 기술”이라며 “날아가는 미사일에 저항을 발생시켜 무게중심을 뒷부분에 둬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원리”라고 말했다.

북한은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탄도탄의 핵심 기술지표(재진입 기술)들이 작전 요구에 완전히 도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핵 공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을 벗어난 미사일이 음속의 20배 이상으로 수천㎞를 비행하다 목표물 상공의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과 압력을 탄두가 견딜 수 있도록 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 장거리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는 섭씨 4000~70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한다”며 “미사일 탄두 부분이 열과 마찰에 견디는 삭마(削磨 ) 기술이 미사일 개발에서 마지막 단계”라며 “이 기술이 없으면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탄두가 울퉁불퉁하게 닳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공중에서 폭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다. 북한이 지난 2월 발사한 장거리 로켓(광명성) 등을 통해 1만㎞ 이상을 보낼 수 있는 운반 기술은 확인했지만,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였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월 브리핑에서 “북한이 재진입 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 6월 22일과 이달 24일 각각 무수단 미사일과 SLBM 등을 대기권(고도 100㎞)을 훨씬 벗어나는 높이(무수단 1413.6㎞, SLBM 500㎞ 이상)까지 쏘아 올린 뒤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동해상에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 만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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