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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레츠 고 9988] 폭염에 레지오넬라·식중독 감염 늘고 일본뇌염은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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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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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24일 평균기온은 29.7도(서울 기준)로 거의 30도에 육박한다. 역대 가장 무더웠던 1994년의 같은 기간 온도(28.4도)를 갱신했다. 더울수록 균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아진다. 균을 옮기는 매개 동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남 지역 남해안에서 발생한 콜레라가 대표적이다. 15년 만에 나타난 콜레라는 사상 유례없는 폭염의 부산물이다. 이로 인해 남해안의 바닷물 온도가 예년에 비해 6도가량 올라가면서 비브리오 콜레라균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본지 8월 24일자 8면>

올여름 달라진 질병지도
바닷물 온도 올라가 콜레라 비상
무좀·당뇨환자, 봉와직염 주의를
고온 계속돼 모기·진드기 번식 못해
말라리아·쓰쓰가무시병도 줄 듯

게다가 중국에서 강물 유입량이 증가하면서 통영 앞바다 바닷물의 염도가 이달 초 3.3%에서 중순에는 3.1%로 떨어졌다. 염도가 낮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 동물성 플랑크톤에 비브리오 균이 잘 달라붙는다. 플랑크톤은 어패류의 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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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구시 수성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19일 일부 학생이 식중독 증상을 보이면서 급식을 중단한 상태다. 예년보다 뜨거운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 식중독 사고가 38건 발생했다. 최근 3년 평균(29.7건)보다 8건이나 많다. [대구=뉴시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달 15일 무렵 남해안 바닷물의 온도가 가장 높게 올라가면서 콜레라 균이 번졌을 수도 있다”며 “육상으로 올라온 콜레라 균이 어패류 날것이나 도마·칼에 붙어 있다가 무더위에 노출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세계적으로 비브리오 균의 활동 지역이 확산하고 있는 것도 폭염 질병 생태계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비브리오 균이 북상해 발틱해·알래스카 등지에서도 발견될 정도다.

다음으로 눈에 띄는 ‘폭염 질병’은 열사병·열탈진 등의 온열 질환과 식중독이다. 올 5월 23일~8월 24일 환자는 2075명으로 지난해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올해 17명이 숨졌다. 지난해보다 6명이나 더 숨진 것이다. 이달 7~13일 가장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다. 더위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환자가 줄고 있긴 해도 최근 몇 년간의 상황과 비교하면 피해자가 많다. 포도상구균·살모넬라 등의 식중독 균도 더울수록 더 왕성해진다. 8월 식중독 사고가 38건 발생했는데, 최근 3년 평균(29.7건)보다 많다. 이 중 학교에서 발생한 사고도 크게 늘었다. 지난 24일 서울의 한 고교에 이어 25일 인천·경남에서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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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수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 균에 감염된 환자도 늘었다. 최근 3년 여름철에 10명 안팎이 이 균에 감염됐지만 올해는 28명으로 늘었다. 냉각수의 물이 분말 형태로 뿌려질 때 호흡기로 감염되나 감염 경로는 분명하지 않다.

이에 비해 모기는 크게 줄었다. 무더위가 모기의 서식처인 웅덩이를 말라붙게 한 덕분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국 10개 지점에서 지난달 3일~이달 6일 채집한 모기가 지난해 7022마리에서 올해 4136마리로 줄었다. 이 때문인지 올여름에 일본뇌염 환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말라리아 환자는 402명 발생했는데, 지난해(426명)보다 약간 줄어든 상태다.

폭염은 쓰쓰가무시나 중증열성혈소판증후군(SFTS)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올여름 SFTS 환자가 35명 발생했는데 이는 2013·2014년보다 많지만 지난해보다 적다. 8월 평균 온도가 올라가면 진드기의 활동이 증가하긴 하나 30도가 넘는 날이 많아지면 진드기의 산란이 어려워진다. 진드기는 8월에 알을 낳는다. 이로 인해 9~11월 쓰쓰가무시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대신 봉와직염 같은 일반적 질병이 늘어나기도 한다. 최근 한 40대 남성이 다리가 퉁퉁 붓고 벌겋게 열이 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계곡에 피서를 갔다가 다리를 다쳤는데, 다리가 붓고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다. 대학병원 감염내과에서 봉와직염 진단을 받았고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다. 진피와 피하 조직에 나타나는 급성 세균 감염증이다. 올 6, 7월과 8월 1~24일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봉와직염 환자는 873명으로 2014년(768명) 6~8월에 비해 14% 늘었다.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에 기온이 올라가면 피부에 균열이 생겨 피부에 있던 균이 침투해 감염을 일으킨다”며 “무좀이 있는 사람이나 군화를 오래 신는 군인, 임파선 절제 수술을 받은 유방·자궁암 환자, 당뇨 등의 만성 질환자 등은 봉와직염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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