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도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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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기 2530년의 부처님 오신날을 맞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을 경축하는 이번 축일을 맞아 우리 불교계는 「세계는 하나 인류는 한마음」이란 커다란 주제를 내걸고 경축 행사를 벌이고 있다.
사실상 부처님은 그 옛날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 인도 대륙을 돌며 진리의 말씀을 널리 폈다.
하지만 불교의 근본 진리에 따르면 과거와 현재를 통해 이 세계에는 부처님이 무수히 존재하기 때문에 결코 석가모니 부처님 혼자만이 존귀한 존재는 아니다.
그가 세상에 태어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이는 곧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본성을 타고난 존귀한 존재임을 맹언한 외침이었을 뿐이다.
과연 「중생이 곧 부처」라는 것은 생명 존중을 강조한 더할 수 없는 진리의 소리였다.
중생이 자신의 존귀함을 깨닫지 못하고 마음의 얼룩을 닦아 내는데 게을러 본래의 맑은 본성을 잃고 있을 따름이라는 지적이다.
그 같은 가르침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모든 이의 가슴에 더욱 강하게 울려 퍼져야 한다.
우선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자기 해탈의 책임을 강조한다.
사바 세계의 혼탁 속에 살면서 탐욕과 번뇌로 병들고 있는 우리들 마음의 무명을 떨어버리고 스스로 지혜 광명의 삵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탐욕과 집착과 무지를 벗어나 지혜와 자비의 삶을 획득하는 것이 바로 자기로부터의 해방이며 자유의 성취요, 부처님이 가르친 깨달음이다.
그러나 내면적 자유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깨달음의 결과로 얻는 자비와 지혜는 결국 중생에 회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바 세계의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본성을 회복하도록 힘을 주어야할 뿐더러 중생고의 장애들을 제거하는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간의 존엄을 억압하는 제도의 모순과 불평등·부자유를 강요하는 금력과 권력의 횡포를 제거하는 노력도 바로 그것이다.
「나」의 집착이 낳는 온갖 불의와 부조리를 깨뜨리고 이 세상의 정의와 선을 실현하는 노력은 바로 대승적인 중생 해탈의 삶이다.
중생을 이롭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봉사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바로 부처님이 가르친 동체 대비의 보살도다.
그런 점에서 나라의 안위를 위해 국방에 헌신하는 이나 경제 발전에 땀 흘리는 노동자들이나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애쓰는 이들이 모두 보살도의 삶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다.
조계종의 성철 종정이 법어에서 『넓고 넓은 들판에서 흙을 파는 부처님들, 우렁찬 공장에서 땀 흘리는 부처님들』에게 축복을 보낸 뜻도 바로 그것이다.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나라는 본래 아름다운 곳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중생인 우리가 바로 부처님이라는 정신으로 이 사회가 바로 「부처님」의 나라가 되고 「부처님」의 세계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이들이 힘을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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