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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3D 캐릭터 모델 만들기 찰흙 인형 빚는 것과 비슷해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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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 ‘서유기’ 주인공을 모티브로 한 3D 애니메이션 슈퍼프렌즈의 주요 캐릭터. 왼쪽부터 사오정·손오공·저팔계. 각 캐릭터마다 지식인·파이터·먹방이라는 특징을 살려 디자인했다.

지난달, 여름방학을 맞이한 극장가에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3D 애니메이션이 인기였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픽사의 ‘도리를 찾아서’부터 순수 국내 3D 기술로 제작한 ‘슈퍼프렌즈’까지. 실감나게 표현된 배경과 섬세하게 그려진 캐릭터들이 현실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죠.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3D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지난 12일, 소중이 학생기자 2명과 함께 3D 애니메이션 ‘슈퍼프렌즈’를 만든 제작사 디지아트프로덕션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3D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을 따라가봤습니다.

3D 애니메이션의 세계 - 디지아트프로덕션 탐방

3D(3차원)는 공간을 뜻합니다. 공간에 놓인 물체에는 자연적으로 그림자가 생기면서 입체감을 갖게 되죠.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 공간을 만듭니다. 가로와 세로로 된 2D, 즉 2차원 평면에 깊이감을 주는 거죠. 3D 기술이 적용되면 현실 공간을 그대로 옮긴 듯한 생생한 이미지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3D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뉩니다. 각 단계마다 작업 내용이 달라 이어달리기하듯 순서대로 일이 진행되죠. 학생기자들은 순서에 따라 이동하며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STEP 1기획, 시나리오 만들기
어떤 이야기를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감독과 작가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이야기를 구체화해 줄거리를 만들죠. 이야기의 구성 요소인 인물·사건·배경을 정하고, 상황을 전개합니다. 1단계의 핵심은 ‘주제’를 명확히 잡는 거예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왜 만들려고 하는지 등의 내용이 뚜렷해야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죠. 슈퍼프렌즈의 주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입니다. ‘돈 많은 사람’을 ‘멋있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주인공의 실수를 통해 스스로 되돌아보자는 교훈적인 의도가 담겼죠. 이야기의 주제와 줄거리가 완성되면 시나리오를 만듭니다. 시나리오는 영화·애니메이션 같이 영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각본입니다. 등장인물의 대사 못지 않게 이미지·소리 등의 설계를 꼼꼼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음향·자막 등의 장치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죠.

STEP 2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보드 제작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입니다. 등장인물과 배경을 평면에 디자인하는 과정이죠. 영화 제작 전에 배우와 장소를 섭외하듯 디자이너가 직접 캐릭터와 배경을 그림으로 그려 가상 세계를 만듭니다. 슈퍼프렌즈 디자인을 맡은 윤해범 디자인 팀장은 “3D에서는 캐릭터의 특징과 동작의 자연스러움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저팔계의 뚱뚱한 몸을 강조하기 위해 팔·다리를 굵게 그렸지만 막상 동작이 부자연스럽다면 그 디자인은 탈락입니다. 윤 팀장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독특한 캐릭터를 디자인하기 위해 동물의 뼈·근육·구강 구조 등을 연구한다”고 덧붙였어요. 캐릭터 디자인이 마무리되면 영상 작업의 가이드가 되는 스토리보드 작업이 진행됩니다. 시나리오 속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이에요. 연속 동작은 끊어서 그립니다. 1초 동안 일어나는 움직임을 3단계로 나누죠. 팔을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장면인 경우 팔을 들고 있는 그림 한 컷, 어깨 높이의 그림 한 컷, 아래로 내린 그린 한 컷까지 3컷으로 표현하는 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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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캐릭터의 신체 비율 확인을 위한 디자인 샘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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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토리보드에는 이미지·대사·카메라 위치 등의 영상 정보가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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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캐릭터의 이동 경로를 입력한 애니메이팅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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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추찬희 모델링 팀장(왼쪽)이 황민주 학생기자에게 모델링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STEP 3 모델링과 애니메이팅
완성된 캐릭터와 배경 그림을 3차원 공간에 옮기는 단계입니다. 이 과정은 모델링과 애니메이팅으로 나뉘어요. 먼저 모델링은 평면에 그려진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작업이에요. 컴퓨터 3D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찰흙으로 모형을 빚는 원리와 같습니다. 정육면체·구 등의 입체도형을 깎고 다듬어 모양을 만들거나 머리·몸통·팔·다리 등 캐릭터의 신체를 각각 만든 후 합체하죠. 슈퍼프렌즈 모델링을 담당한 추찬희 모델링 팀장은 “이렇게 완성된 캐릭터 모델은 빈 껍데기”라며 “관절·뼈·근육을 붙이고, 피부·질감 등을 추가해 최대한 실제와 비슷하게 만든다”고 설명했어요. 모델을 완성한 뒤에는 캐릭터에 움직임을 더하는 애니메이팅 작업이 이어집니다. 2D 애니메이션에서는 애니메이터가 손으로 그린 정지 그림 여러 장을 연결해 움직임을 만들어요. 하지만 3D 애니메이션은 컴퓨터가 그 작업을 대신합니다. 애니메이터는 동작의 이동경로만 입력하죠. 예를 들어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팔을 위를 올렸을 때, 어깨 높이로 뻗었을 때, 아래로 내렸을 때 변화하는 손 위치에 점을 찍어줍니다. 컴퓨터는 그 점들을 연결해 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동작을 만들어내죠. 추 팀장은 “애니메이팅은 배우의 행동과 표정을 일일이 지정해 주는 것과 같다”며 “사람·동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한 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재현하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STEP4 합성과 후반작업
합성은 완성된 캐릭터와 배경을 한 화면에 합치는 작업입니다. 이 과정에는 컴퓨터용 투명종이인 ‘레이어’가 사용됩니다. 우선 레이어 한 장당 모델을 하나씩만 그립니다. 레이어 1에는 주인공, 레이어 2에는 조연, 레이어 3에는 건물만 그리는 거죠. 마지막으로 이 레이어들을 층층이 쌓아주면 그림들이 겹쳐지며 모든 그림이 한 화면에 담기게 되는 거예요. 슈퍼프렌즈 합성 작업을 담당한 이민규 합성팀 팀장은 “슈퍼프렌즈의 경우 한 컷에 최대 100장의 레이어가 들어갔다”며 “레이어가 많을수록 화면이 더 알차게 구성된다”고 말했습니다. 합성이 끝난 뒤에는 화면에 조명 효과를 주어 밝기를 동일하게 맞춰줍니다. 화면 속 그림들은 모두 다른 레이어에서 작업했지만 똑같은 빛을 받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죠. 이렇게 합성과 조명까지 마무리된 뒤에는 영상에 소리를 입히는 후반 작업에 들어갑니다. 음악·효과음·더빙이 애니메이션에 더해지면 현실을 화면으로 옮겨놓은 듯 생생한 영상이 완성됩니다.

글=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동행취재=석지원(서울 대도초 5)·황민주(서울 정덕초 6) 학생기자

수백 명이 3~4년 동안 한 편 작업 소통과 협력이 중요합니다
이지연 본부장·박은영 제작피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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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애니메이션사업 본부장(가운데)과 석지원(왼쪽)·황민주 학생기자.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궁금증을 얼마간 해소한 소중 기자단에게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은 몇 명인지, 제작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이요. 슈퍼프렌즈의 제작 과정을 총괄한 이지연 애니메이션사업 본부장과 박은영 제작피디를 만나 3D 애니메이션 제작 뒷이야기를 마저 들어봤습니다.

―3D 애니메이션 평균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박은영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평균 3~4년이 걸립니다. 슈퍼프렌즈는 기획부터 개봉까지 4년이 걸렸어요. 기획과 시나리오 작업만 2년이 걸렸는데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고치고 또 고쳤기 때문이죠. 제작 인원이 많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지만요.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치기 때문에 TV 애니메이션에 비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제작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몇 명인가요.
이지연 “슈퍼프렌즈의 경우 150여 명이 참여했어요. 해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나 드림웍스의 경우 한 편당 약 500명이 참여해요. 3D 애니메이션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2D에 비해 더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합니다. 디자인·모델링·애니메이팅 등 분야를 다양하게 나누고, 전문 기술을 강조할수록 완성도는 높아집니다.”

―3D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박은영 “애니메이션은 종합예술입니다. 감독·작가·디자이너·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만큼 협업이 중요하죠. 각자 전문 분야가 있지만 서로 내용을 공유하지 않으면 작업을 진행할 수 없어요. 디자인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모델링에서 문제가 생기면 디자인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주장만 강요하기보다 상대의 분야를 인정하고, 함께 맞춰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3D 애니메이션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면.
이지연 “3D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감독·디자이너·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해요. 그중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먼저 정할 필요가 있죠. 먼저 2D, 3D 구별 없이 많은 애니메이션을 접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캐릭터 디자인·동작·표정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리다 보면 ‘예쁜 캐릭터를 그리고 싶다’, ‘캐릭터에 다양한 표정을 만들고 싶다’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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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슈퍼프렌즈 제작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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