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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밤새 차에서 새우잠, 조찬 모임 직전 후다닥…이종걸 “한번 잠들면 못 일어나…차가 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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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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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22일 부인 정락경 교수와 함께 출근길에 나서면서 하이파이브로 인사하고 있다.

22일 오전 6시30분 안양의 한 아파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종걸 후보의 카니발 승용차가 서 있었다. 이 후보가 아파트 현관에서 나오지 않고 차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급하게 내렸다.

더민주 당 대표 후보 동행 르포
집에 들어가 10여 분 만에 새 단장
부인과 하이파이브하고 각자 출근
통화 목록에 아내는 우리 보물‘우보’
“강한 대선주자 만들기 위해 출마
공정 경쟁 없이 후보 뽑으면 또 져”

“왜 여기서 나오세요?”라고 묻자 그는 “어…. 어제 차에서 잠들어버렸어요. 금방 나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주세요”라며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10여 분 뒤 이 후보는 깔끔한 차림새로 나타났다. 마취과 의사인 부인 정락경 이화여대 교수와 함께였다. 정 교수가 “집에 일찍 오시면 같이 출근하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차에서 주무시니…”라고 하자 이 후보는 “에이, 서너 번까지는 아니지”라며 웃었다. 정 교수는 “오늘도 잘 다녀오소!”라며 남편인 이 후보와 ‘짝’ 소리가 날 정도로 하이파이브를 하고 헤어졌다.

차에 오른 이 후보는 “내가 한번 잠들면 잘 못 깨요. 차가 호텔이지 뭐, 카니발 호텔…”이라고 말했다. 그의 통화 목록엔 ‘우보님’이라는 이름의 부재중 통화가 6통 찍혀 있었다. 그는 “우보는 ‘우리 보물’, 우리 집사람”이라며 껄껄 웃었다. 선거 얘기를 꺼내니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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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에 출마한 이유가 뭔가.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강한 대선후보를 만들기 위해서다. 나는 문재인 전 대표를 절대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정해진 수순으로 구성된 친문 지도부가 공정한 경쟁 없이 문 전 대표를 후보로 만들어서는 이번에도 또 질 수밖에 없다. 나는 문 전 대표에게도 약이 되지 결코 독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시절 당무 거부 전력을 들어 문 전 대표를 돕지 않을 거라는 말도 있다.
“당무 거부는 분당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공정한 경선에서 당심과 민심이 문 전 대표를 선택한다면 나는 당연히 누구보다 앞장서서 온몸을 던져 도울 것이다.”

승용차가 안양 지역 시의원 등 50여 명과의 조찬 장소에 도착했다. 모임에선 ‘필승’이란 구호가 계속 들렸다. 모임이 끝난 뒤 이 후보는 지지자는 물론 시민들의 촬영 요청에 계속 응했다. 이 후보는 “내가 사람들을 중간에 잘 못 끊어요. 그러다 보니 종종 다음 일정에 늦어 ‘지각 종걸’이란 말을 들었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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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시간을 빼면 전화를 한다”는 그의 승용차에는 충전기와 배터리(사진 왼쪽)가 유독 많았고, 지지를 호소할 이들의 전화번호부(사진 오른쪽)도 놓여 있었다.

이 후보의 차에는 유독 충전기와 배터리가 많았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 전화를 한다. 전당대회 끝나면 한쪽 귀가 어떻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모든 후보가 당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후보의 확장 전략은.
“빈곤화되고 있는 장년층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안보와 외교 분야에서 우리를 종북집단으로 여기는 프레임이 계속 작동하는 한 우리가 아무리 훌륭한 복지와 경제 정책을 제시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종북 프레임만 깨면 더 진보적 정책도 자신 있게 제시할 수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과정에 반대하면서도 당론을 정하지 않은 김종인 대표에게 많은 걸 배웠다.”
김종인 대표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 뜻인가.
“김 대표의 실용주의는 선명성 경쟁으로 선거를 앞두고 당이 대중과 유리될 때 터지게 될 ‘종북폭탄’을 막을 강력한 무기다. 과거 집권했을 때의 공통점은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등 확장의 카드였다. 김 대표는 그런 가능성의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야권 통합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의 정체성에서 생각을 바꾼 새 야권을 창출하지 않으면 대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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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과 함께 다양한 넥타이가 정리돼 있다.

이 후보는 “뺄셈의 정치를 하면서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대결 시) ‘3자 필승론’이라는 끔찍한 소리까지 하는 패권의식이 당에 팽배해 있다”며 “패권 때문에 ‘강한 후보를 만들어야 이긴다’는 이런 당연한 말조차 이렇게 어렵게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이 매번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온 것처럼 이번에도 이성적 힘이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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