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쟁 참상 속 중상 산모 ‘기적의 출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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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시리아 알레포에서 폭격으로 중상을 입은 임신 9개월차 산모가 기적적으로 아기를 출산하는 동영상이 23일 공개됐다. CNN은 지난달 시리아 영상제작자 와드 알카팁이 촬영한 영상이라고 이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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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시리아에서 의료진이 공습으로 다친 산모를 제왕절개해 아기를 꺼내고 있다. [사진 유튜브]

이 영상에서 공습에 휘말려 병원으로 후송된 산모 메이사는 팔·다리가 부러진 채 의식을 잃고 수술대에 누워 있다. 메이사의 몸 곳곳엔 폭발물 파편이 박혀 피가 흘렀다. 배에도 손가락만한 파편이 박혀 있었다. 의료진은 서둘러 파편을 제거하고 상처를 소독한 뒤 제왕절개 수술로 아기를 꺼냈다. 남자 아이였다. 아기는 몸에 피가 돌지 않아 마치 밀랍인형처럼 피부가 창백했다.

팔·다리 부러진 채 제왕절개 수술

아기는 울음은 커녕 숨소리조차 없이 조용했다. 수술실은 순간 불길한 정적에 휩싸였다. 누군가가 “아기 심장이 뛰느냐”고 묻자 의사는 “안타깝지만 안 뛰고 있다”고 답했다. 침대에 눕혀진 아기는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기의 호흡을 되돌리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하고 코와 입에 흡입기를 넣어 이물질을 제거했다. 산소호흡기로 숨도 불어넣었다. 그렇게 20여분이 흘렀다. 아기 배꼽에 달린 탯줄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의료진은 아기의 발목을 잡고 거꾸로 뒤집어 마사지를 하며 엉덩이를 때렸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아기의 몸에 불그스름하게 핏기가 돌기 시작하더니 아기가 눈을 떴다. 의료진이 아기를 침대에 눕히자 아기는 얼굴을 찡그리며 우렁차게 울음을 터트렸다.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울음소리였다. 의료진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은 듯 웃음을 머금었다. CNN은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하다. 말도 못할 만큼 끔찍한 재앙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이 비쳤다”고 보도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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