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 삽화가 다양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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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삽화나 그래픽 디자인 및 만화가 대부분이던 어린이책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종이찰흙이나 인형으로 입체감을 살리는가 하면 종이 뜯어 붙이기를 활용하는 등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풍요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을 자극하고 미적 감각을 키워 주기에는 그 색채·구성·표현 기법이 너무 단조롭다는 등 종래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아동도서 출판계의 노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5일 어린이날을 즈음하여 「동서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전」이라는 동화 그림잔치(1∼6일 출판문화회관 전시실)를 열고 있는 동서문화사라든지, 인형극·종이찰흙공작·콜라지 등의 다채로운 기법을 활용하여『뉴 어린이 한국 전래동화』시리즈 24권을 겨낸 일신각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20명의 40대 삽화가들로 구성된 「무지개회」가 유년 동화나 어린이 잡지의 삽화를 도맡다시피 해온 「어린이책 일러스트작가 기근」에서 동서문화사가 20∼30대의 일러스트여성작가들을 본격적으로 양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매우 반가운 현상이라는 반응들. 대개 이대·홍익대·숙대 등 각대학 미술대학원 졸업 내지 재학중인 이 여성작가들은 국제적 아동도서 일러스트레이션 콩쿠르까지 겨냥한 위인전집과 전래동화 동요집을 만들고 있다.
일신각의 전래동화집은 그림으로 바탕을 그리되 나무집 등은 종이찰흙 공작으로 처리하거나, 인형극 장면을 쩍은 사진 외에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인형실물을 곁들여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인형극놀이도 할 수 있게 하는 등 전혀 새로운 시도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성삽화가들의 천편일률적인 그림을 지양하기 위해 23명의 각 분야 미술가와 인형극 연출가를 두루 활용했다는 심재민 편집국장은 『우리 어린이들이「콩쥐팥쥐」와 줄거리가 비슷한 외국동화「신데렐라」를 우리 전래동화보다 더 좋아하는 경향이 생긴 데는 그동안 우리가 일러스트레이션을 소홀히 해온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화 역조 현상을 막기 위해서도 일러스트레이션의 수준 향상 및 다양화를 의한 노력이 계속돼야한다는 것.
또 『이제 곧 미국과 저작권 보호계약을 맺게되고 국제저작권협회 가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외국 번역 동화에도 우리 어린이들의 감각에 맞는 일러스트레이션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TV에 빼앗긴 어린이들을 책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노력도 최근 어린이책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의 비중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어문각의 『픽처 북스』, 동아출판공사의 『그림나라 100』, 웅진출판사의 『어린이마을』역시 종래보다 일러스트레이션이 한결 좋아진 어린이책들로 꼽힌다.
한편 어린이책 출판업계가 이탈리아의 볼로냐 콘테스트나 일본의 노마 콩쿠르 등에 참여하려는 것도 일러스트레이션에 유난히 관심을 쏟는 이유의 하나. 이런 국제적 일러스트레이션대회에 입상하면 국내 어린이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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