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처녀고아원장」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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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기자녀와 친정조카 등 8명까지 고아인양 꾸며 모두22명을 모아 고아원을 차려놓고 방송·잡지 등을 통해「불우어린이를 위해 헌신하는 처녀엄마」로 자신을 선전해 각계 성금·성품을 빼돌려 착복해온 고아원 원장이 경찰에 구속됐다.
치안본부수사2대는 2일 서울 중계동 385의1 무허가사회복지시설인「양지동산가족」원장 김종임씨(42·여)를 아동복지법위반 건축법위반·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 등 혐의로 구속했다.
김씨는 85년2월부터 자신이 낳은 자녀2명과 친정오빠·언니의 자녀 등 8명을 고아인양 위장,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키는 등 모두 22명을 모아 현재의 시유지땅에 50평짜리 블록건물을 허가없이 짓고「양지동산」을 운영하면서 각계 성금 등 4천9백여만원중 일부를 유용하고 옷가지·먹을 것 등 성품을 아이들에게 제대로 나눠주지 않고 어린이들을 학대해온 혐의다.
김씨는 각계의 성금 성품 등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각신문 방송 등에『전직교사인 처녀엄마가 불우어린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으나 운영이 어렵다』는 호소편지를 보내 지난해10월 모TV방송에 출연한 것을 비롯, 각 주간지·여성잡지 등에 갸륵한 여성사화 사업가로 크게 소개됐다.
김씨는 이같은 매스컴 보도를 계기로 각계서 성금 성품이 쏟아져 들어오자 레코드 승용차와 봉고·포터 등 차를 3대씩이나 사서 굴리는 등 호화생활을 해왔으며 상계동에「태양미니슈퍼」란 구멍가게를 차려 오빠(45)를 시켜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가 오빠와 짜고 각종식품 등 성품을 빼돌려 이 가게를 통해 팔아왔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을 대학을 졸업하고 2년간 교사로 재직하다 사회사업에 투신했으며 오퍼상을 경영해 운영자금을 조달하다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고아들과 함께 오갈데가 없어졌다고 말해왔으나 조사결과 국교졸업후 대구 서대학생이던 채모씨를 만나 동거해 딸을 낳았으며 68년3월 장성탄광에 취업한 채씨가 광산사고로 사망하자 황지·양구·인산 등지를 떠돌다 80년부터 서울로 옮겨 85년2월부터 현재의 장소에서 양지원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TV방송·잡지 등을 보고 전국의 많은 교회 사회단체 등이 김씨에게 성금·성품을 보내거나 정기적인 지원을 약속해 왔으며 인기가수 김모양은 자선공연을 갖고 수익금 1백70만원을 지원했고 미8군서도 2트럭분의 성품을 보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양지원에 수용된 김씨의 자녀를 포함한 아동은 유아 5명, 국교생 5명, 고교생 7명, 대학재학생 2명 등 모두 22명이며 김씨의 구속에 따라 도봉구청이 어린이보호를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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