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8월 27일이 오면 좋겠어.”
퇴임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소회를 묻자 돌아온 첫마디다. 그는 오는 27일 더민주 전당대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지난 1월 27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214일 만이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당 대표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생각해서 이 당에 온 건데 사실 즐겁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의 제안을 전격 수용해 더민주에 들어온 후 비대위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해 말 현역 의원 집단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 사태를 겪은 더민주가 당을 살릴 수 있는 ‘외연 확장’ 카드로 선택한 인물이었다. 그는 광주를 찾아가 “호남 인재를 과감히 등용해 제2, 제3의 DJ를 찾겠다”는 ‘광주 선언’을 하는가 하면, 4·13 총선 공천에서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김현·임수경 의원 등 현역 의원 21명을 배제하는 강수를 뒀다. 총선에선 수도권 대승을 바탕으로 123석을 얻어 더민주를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브랜드인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20대 국회 대표법안으로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대표는 7개월간의 성과에 대해 “나는 당에 약속한 것을 다 해줬다. 낭떠러지에 떨어지려던 당을 제 1당이 되게 했지 않나”라고 자평했다.
-7개월간 지켜본 더민주는 어떤가.“아직 많이 불안하다. 나라를 생각하면서 일하면 이 당도 잘될 텐데, 이 사람들은 아직까지 그걸 터득하지 못했다. 감사함을 모르면 성공하기 어렵고, 환자를 치료하려고 해도 치료를 안 받겠다고 발버둥치면 못 고치는 거다. 그게 진리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지난 3월 ‘셀프 공천’(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공천)이 가장 불쾌한 기억이다. 당이 난장판 된 이유로 내 핑계를 대는 것은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총선 이후 호남에서 진 책임을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한 것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그런 대접을 받으러 여기 온 게 아닌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다.”
-내년 대선을 어떻게 보나.“이번 대통령 선거만큼 차기 주자가 뜨지 않은 예가 없다. 과거 이맘때쯤 되면 이회창 후보가 지지율 40%, 이인제 후보가 30% 등 강력한 주자가 있었다. 지금은 다들 기껏해야 20% 전후인데 의미 없는 수치다. 경제민주화와 국제 정세를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강력한 대선 후보가 될 거다. 아직 그런 후보는 안 보인다.”
-다음 지도부에게 무엇을 당부하고 싶나.“우리가 왜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승리했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지난 선거 결과는 친박과 친노 모두를 다 거부한 거다. ‘도로 친박’ ‘도로 친노’로 가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거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미리 얘기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이제 내가 할 행동을 보면 알게 될 거다.”
김 대표는 21일 고별 기자간담회에 이어 22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연다. 이날 강연은 300명 정원에 20일 현재 벌써 500명이 넘게 신청했다. 김 대표의 정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