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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국제정세 잘 읽을 강력한 대선 후보 아직 안 보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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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호 6 면

김종인

“빨리 8월 27일이 오면 좋겠어.”


퇴임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소회를 묻자 돌아온 첫마디다. 그는 오는 27일 더민주 전당대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친다. 지난 1월 27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214일 만이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당 대표실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를 생각해서 이 당에 온 건데 사실 즐겁지는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문재인 전 대표의 제안을 전격 수용해 더민주에 들어온 후 비대위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해 말 현역 의원 집단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 사태를 겪은 더민주가 당을 살릴 수 있는 ‘외연 확장’ 카드로 선택한 인물이었다. 그는 광주를 찾아가 “호남 인재를 과감히 등용해 제2, 제3의 DJ를 찾겠다”는 ‘광주 선언’을 하는가 하면, 4·13 총선 공천에서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인 이해찬 의원과 정청래·김현·임수경 의원 등 현역 의원 21명을 배제하는 강수를 뒀다. 총선에선 수도권 대승을 바탕으로 123석을 얻어 더민주를 원내 제1당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브랜드인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20대 국회 대표법안으로 대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대표는 7개월간의 성과에 대해 “나는 당에 약속한 것을 다 해줬다. 낭떠러지에 떨어지려던 당을 제 1당이 되게 했지 않나”라고 자평했다.


-7개월간 지켜본 더민주는 어떤가.“아직 많이 불안하다. 나라를 생각하면서 일하면 이 당도 잘될 텐데, 이 사람들은 아직까지 그걸 터득하지 못했다. 감사함을 모르면 성공하기 어렵고, 환자를 치료하려고 해도 치료를 안 받겠다고 발버둥치면 못 고치는 거다. 그게 진리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지난 3월 ‘셀프 공천’(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공천)이 가장 불쾌한 기억이다. 당이 난장판 된 이유로 내 핑계를 대는 것은 치사하다고 생각했다. 총선 이후 호남에서 진 책임을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한 것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그런 대접을 받으러 여기 온 게 아닌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다.”


-내년 대선을 어떻게 보나.“이번 대통령 선거만큼 차기 주자가 뜨지 않은 예가 없다. 과거 이맘때쯤 되면 이회창 후보가 지지율 40%, 이인제 후보가 30% 등 강력한 주자가 있었다. 지금은 다들 기껏해야 20% 전후인데 의미 없는 수치다. 경제민주화와 국제 정세를 잘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강력한 대선 후보가 될 거다. 아직 그런 후보는 안 보인다.”


-다음 지도부에게 무엇을 당부하고 싶나.“우리가 왜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승리했는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지난 선거 결과는 친박과 친노 모두를 다 거부한 거다. ‘도로 친박’ ‘도로 친노’로 가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거란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미리 얘기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이제 내가 할 행동을 보면 알게 될 거다.”


김 대표는 21일 고별 기자간담회에 이어 22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연다. 이날 강연은 300명 정원에 20일 현재 벌써 500명이 넘게 신청했다. 김 대표의 정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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