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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대법원장 회견 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사법부 수장으로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사법부를 운영해 나갈 것인가.
▲신뢰받는 새 사법부 건설을 위해 세 가지 점에 중점을 두고 사법부 운영을 해 나가겠다. 먼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원칙이 법치주의인 만큼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반 문제점을 법에 따라 조정하고 해결하여 법의 지배를 실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이와 함께 재판 절차에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을 사는 일이 없도록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겠으며 사회전반의 발전에 뒤지지 않도록 법 제도와 운영 면에서의 연구· 개선을 계속해 나가겠다.
-지금까지 우리 사법부가 인권보장에 대해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가 길지 않은 헌정사 속에서 서서히 인권보장의 기초를 다져 왔고 이 같은 과정에서 사법부도 당면한 시대의 요구와 수준에 부응하는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법부는 인권보장에 있어 피동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이에 관한 시대사조를 선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재판의 독립을 위해서는 법관의 신분보장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고 보는데 법관인사에 대한 앞으로의 방안은.
▲앞으로 법관인사에는 서열과 능력은 물론 자세를 감안하겠으며 각급 법원장을 포함, 될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참작하도록 하겠다. 법관에 대한의견이나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는 만큼 각급 법원장의 의견을 참작하는 것을 구체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으며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겠다. 재판사무와 사법행정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지방법원장과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교류문제도 연구 검토하겠다.
-최근 학원사태에 관련된 일부 학생 피고인들 중 재판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은데….
▲학생들은 불리한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하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나 법원으로서는 학생사건을 위해 1주일에도 몇 번씩 재판기일을 넣는 등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노력하고 있다.
일부 학생 중에는 스스로 무죄를 확신한 나머지 재판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유·무죄를 가리기 외해서라도 재판은 필요한 것이며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법정에서 떳떳하게 자기주장의 당부를 가리려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만일 학생들 중 국가 사법권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국가조직과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위험한 생각이므로 단호히 배격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학생들의 행동은 시대사조의 변혁과 발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조만간 없어지리라 생각하지만 사법부로서도 성의를 갖고 학생들을 설득, 재판을 받도록 노력하겠다.
-재판의 공정·신속을 보장하기 위한 구상은.
▲재판이 오래 걸린다는 말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결코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재판이 늦는다는 말이 나도는 것은 재판 자체가 늦어서라기보다 하찮은 주장일지라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는 재판절차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과거 계속 돼 온 인플레이션 또는 채무자의 재산도피 등으로 인해 승소해도 실효를 얻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사법부는 사건을 집중적으로 심리할 수 있는 제도를 개발, 단기간에 사건을 끝낼 수 있도록 하고 강제 집행 등에 있어 승소판결의 실효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구속영장 제도는 너무 경직되게 운영되고 있어 불구속 재판이라는 형사법의 이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 동안 법원에서도 일정한 경력이상의 법관에게만 영장업무를 담당케 하는 등 경솔하게 영장이 발부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구속적부심사나 보석제도 등을 더욱 활성화 해 불필요한 구속을 억제토록 노력하겠다.
구속영장의 실질심사 제도는 영장발부에 앞서 체포영장을 발부할 근거가 없는 현행 형사소송법 상 당장 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상고허가 제도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상고허가 제도는 대법원에서 전체 상고사건의 10%정도만 파기되는 등 대부분 2심 판결대로 확정된다는 점에서 무익한 상고를 줄이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 참다운 심리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평균 상고허가 율이 10%가량인 만큼 이를 조금만 높인다면 이 제도를 둘러싼 불만은 사라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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