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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정신 보여준 미국 육상선수,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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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중앙일보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준 미국 육상선수가 심한 부상으로 결국 올 시즌을 접게 됐다.

AP통신은 18일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에 출전한 애비 디아고스티노(24·미국)가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올 시즌을 일찍 마감하게 됐다"고 전했다. 디아고스티노는 지난 16일 열린 육상 여자 5000m 예선 2조 경기에서 넘어졌다. 결승선까지 약 4바퀴 반을 남기고 10여명의 선두 그룹 후미에서 달리던 니키 햄블린(28·뉴질랜드)이 갑자기 균형을 잃으면서 넘어졌고 바로 뒤에서 달리던 디아고스티노도 걸려 넘어졌다.

햄블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 디아고스티노가 먼저 일어나 달릴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혼자 뛰는 대신 흐느끼는 햄블린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켜 세우며 "일어나. 결승선까지는 달려야지!"라고 독려했다. 정신을 차린 햄블린은 벌떡 일어나 디아고스티노와 나란히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디아고스티노는 몇 미터 못 가서 멈추더니 무릎이 아프다고 주저앉았다. 그러자 햄블린이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 두 선수는 서로를 격려하며 완주에 성공했다. 디아고스티노는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기다리고 있던 햄블린과 포옹했다. 햄블린의 최종 기록은 16분43초61, 디아고스티노는 17분10초02였다.

경기 감독관은 "고의로 넘어진 게 아니었다"면서 두 선수 모두에게 결선 진출권을 줬다. 하지만 디아고스티노는 20일 결선에서 뛸 수 없게 됐다. 디아고스티노는 "햄블린과 나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올림픽 정신이 전달돼 기쁘다.햄블린과 앞으로 자주 볼 일은 없겠지만 계속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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