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일이 1948년이라고? 초대 정부 공식 문서는 '1919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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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헌법 전문을 담은 '대한민국 관보 제1호'가 논쟁 해결의 실마리를 품고 있다.

1948년 발행 첫 관보 건국원년 1919년 규정
1948년 건국은 초대 정부 공식 입장과 달라

관보 1호는 1948년 9월 1일에 대한민국 정부 공보처에서 발행했다.

같은 해에 수립된 초대 이승만 정부가 국가와 정권의 정통성을 규정한 첫 공식 문서다.

관보에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담겨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3ㆍ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라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 건립의 기원을 1919년 3ㆍ1운동으로 규정한 것이다.

관보에서 또 하나 눈 여겨 볼 대목은 발행일이다.

관보 상단과 중간에 써있는 발행일이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되어 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지 30년이 됐다는 의미다. 역산하면 1919년이 대한민국 원년이 된다.

'대한민국 30년'은 임시정부 때부터 사용한 연호다. 임시정부가 1919년 4월 11일을 '대한민국 원년 4월 11일'로 표기한 임시헌장을 제정해 공포하면서 공식적인 기년법(紀年法)으로 채택됐다.

초대 정부 수립 이후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연호가 사용됐다.

당초 국회는 1948년 7월 12일 헌법 전문에 제정 연도를 '단기4281년'으로 표기하려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연호 사용의 필요성에 대해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제도가 남의 조력으로 된 것이 아니요, 30년 전에 민국정부를 수립 선포한 데서 이뤄졌다는 것과 기미년 독립선언이 미국의 독립선언보다 더 영광스럽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함"이라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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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에 발행된 대한민국 관보 제1호. 대한민국 건립 기원을 1919년 3.1운동으로 규정한 헌법 전문과 함께 대한민국 연호를 `30년`으로 기재했다. [국가기록원]

북한의 경우 1948년 9월 9일이 정권 수립 기념일이다.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의 말대로 하면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첫 번째 공식 문서와 맞지 않는다.

한편 새누리당은 건국절을 법제화하겠다며 공개 토론을 제안해 논쟁에 불을 당겼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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