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을 일깨웠던 한마디…펜싱 박상영의 "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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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탁구대표팀의 최대 수확으로 떠오른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이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주세혁(36)·이상수(26·이상 삼성생명)·정영식이 팀을 이룬 한국은 18일 리우센트루 파빌리온3에서 열린 탁구 남자 단체전(4단식·1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1-3으로 패해 4위에 올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이어온 메달 명맥이 끊겼지만 한국 탁구는 선전한 정영식의 성장이라는 성과도 얻었다.

정영식은 독일과 동메달 결정전 1단식에서도 나서 세계 24위 바스티안 슈테거(35)를 3-2로 눌렀다. 특히 5세트에선 8-10으로 뒤지다가 13-11로 뒤집어 상대 기선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정영식은 이번 대회 개인전 16강에서 세계 1위 마룽, 단체전 준결승에서 세계 4위 장지커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은 플레이로 주목받았다. 공격적이고 끈질긴 탁구를 선보이며 '뒷심이 부족하고 결정구가 없다'는 비아냥을 잠재웠다.

독일전을 마친 뒤 정영식은 "복식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갔다. 자꾸 랠리를 가면 불리해서 앞에서 끝내지 않으면 승산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힘이 들어갔다"며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3복식에서 이상수와 짝을 이뤄 출전해 슈테거-티모 볼(35) 조에 2-3으로 역전패했다. 그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따지 못한 주인공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정영식은 1단식에서 경기 막판 승부를 뒤집은 것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혔다. 그는 "막판까지 밀리자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그러나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펜싱에서 금메달을 땄던 박상영 선수가 생각났다. 8-9에서 실수를 하자마자 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할 수 있다'를 세 번 외쳤다. 하늘이 승리를 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기니 나도 모르게 좋아서 누웠다"고 밝혔다.

정영식은 이번 대회에서 얻은 성과로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중국 선수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대해 "이번 대회에선 세혁이형에게 마지막까지 의지했는데 도쿄에서는 내가 에이스로 나서 후배인 두 선수가 의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리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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