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렬 대표, 盧대선자금 회견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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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병렬(사진)대표가 21일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요구를 "정치권 새판짜기 음모"라고 받아쳤다.

崔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굿모닝시티 사건의 본질은 서민들의 피와 땀이 서린 돈이 집권당 대표에게 들어간 비리 사건"이라며 "이 와중에 집권당 대표가 2백억원이 盧후보의 대선기간 중에 모금됐고 굿모닝시티에서 들어온 돈 2억원이 거기에 포함됐다고 스스로 밝혔다"고 했다. 그는 "사정이 이런데도 유감스럽게 대통령이 나서서 대선자금 공개를 요구하며 이 사건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崔대표는 盧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깔린 저의라며 두 가지를 지적했다. 국면 전환용이자 신당 창당용이라는 것이다.

崔대표는 "대통령 자신의 대선자금 문제가 터지자 어려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대선자금 공개를 들고 나왔다"고 했다. 또 "신당 창당 작업이 어렵게 되자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기존 정당을 모두 부도덕한 범죄집단처럼 몰아서 盧대통령 자신이 새롭게 신당을 만들기 위한 기반을 확보하려는 정치적 음모"라고 규정했다.

崔대표는 盧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요구했다. 그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할 일은 비리사건의 최대 수혜자가 자신임을 밝히고 국민들 앞에 비리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崔대표는 대선자금 여야 동반 공개에 절대로 응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盧대통령과 민주당이 자신들의 엉터리 발표를 미끼로 우리에게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하라고 하면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선관위에 신고한 내용 이상으로 공개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崔대표는 전날 여야 영수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盧대통령에 대해 "심한 불만이 있다"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나는 대통령 얼굴을 보고 정치하지 않고 국민을 쳐다보고 정치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에 구애받지 않고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고 청와대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崔대표는 또 경제가 어려운데 정작 국정 운영을 책임진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은 뒤 "대통령이 이러면 안 된다"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대선자금 공개요구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24일 오후 긴급 의총을 소집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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