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예술과 과학이 빚는 新세계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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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23일에 뜰 달은 오늘 밤 달과 같을까 다를까"라고 누군가 물었다. 과학자라면 지난 10년 동안의 기상 자료를 분석하려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을지 모른다. 예술가는 작업실 문을 닫아 걸고 상상력에 몸을 맡길 가능성이 크다. 이들 과학과 예술이 만나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한국과학문화재단과 한국과학기술원이 가나아트갤러리와 손잡고 만든 여름방학 특별기획전'10년 후…'는 '과학+예술'의 복잡미묘한 수식을 풀어보는 실험실이다.

30일부터 8월 24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전관에서 펼쳐질 '10년 후…'는 과학이 준비하고 있는 낯선 미래를 예술의 힘으로 우리 곁에 끌어당긴다. "과학은 너무 어려워" "과학은 너무 빠르게 변해" 라고 투덜댔던 이들에게 예술이 슬쩍 말을 걸어온다. "예술로 과학을 이해해 보세요."

영상설치미술가 한계륜씨는 '10년 후의 달'이란 작품에서 10년 뒤에 뜰 달이 현재의 달과 다르지 않다고 표현한다. 과학자 원광연(한국과학기술원 가상현실연구센터)박사는 "미래를 직관하는 그 예민한 감수성이 놀랍다"고 손뼉을 친다.

국내외 과학자와 예술가가 따로 또 같이 꾸린 39점의 프로젝트는 날로 가까워지는 과학과 예술의 21세기 상황을 실물로 보여주고 있다. 아득한 우주를 내다보고 심오한 심연을 파헤치는 예술과 과학은 극과 극에서 통하는 닮은 꼴로 만난다.

벽과 천장과 바닥이 모두 커뮤니케이션 인터페이스 기능을 하도록 꾸민 이동만.박효진 팀의 '유비쿼터스(어디에나 모습을 나타내는) 라이프', 책장을 넘기면 그 내용의 이미지가 벽면 액자에 나타나는 강애란.이상욱 팀의 '디지털 책', 가상 드라마와 애니메이션 등 10개 시나리오로 짚어보는 조상.서양범 팀의 '10년 후, 10인의 이야기'는 미래의 생활 공간을 싱싱하게 풀어놓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외선 위성 우주 망원경인 '갤럭스'가 우주 상공에서 보내준 영상 자료를 이용한 김주환.김석환.김은주 팀의 '우주와의 대화'는 몽환적인 화성의 이미지가 인간의 인식 체계 저 너머를 더듬게 한다.

10년 뒤 거리를 달리고 있을 '개념 자동차(컨셉트 카)'나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이미지로 볼 수 있는 '보는 음악', 건물 속에서 사철 자연을 즐기는 '사이버 정원'등 과학과 예술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은 인류의 미래를 신나게 색칠한다.

3층에 마련된'내가 만드는 미래도시'는 관람객과 쌍방향 대화를 나누려는 참가자들이 선보이는 특별전시다. 디지털 복원전문가인 박진호씨가 내놓은 '청계천 1903'은 복원에 들어간 청계천의 몇 년 뒤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미리 보여준다.

가상현실 시스템을 이용해 관람객들이 직접 청계천 복원 등 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해 볼 수 있다. 지하 1층의 '어린이 천국'에 가면 아이들이 스스로 해보는 다양한 과학+예술 프로그램이 그득하다.

부대행사도 푸짐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과학자가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 8월에는 1박2일에 걸쳐 강원도 영월에서 '별자리 관측하기', 8월 15.16일 오후 7시30분에는 전시장에서 '10년 후'를 주제로 한 전자음악 라이브쇼 '푸리와 문성준'이 벌어진다. 02-736-1020(www.sciart.or.kr).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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