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 침대축구에 눈물 흘린 한국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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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가 13일 오후(현지시간)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온두라스전이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패한뒤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누워 울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침대축구는 중동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온두라스의 시간 끌기에 속절없이 당했다.

한국은 14일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1로 졌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메달 획득을 노렸던 대표팀의 도전도 허무하게 끝났다.

한국은 전반 내내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일방적인 공격을 펼치고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손흥민이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놓치는 등 10여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15분 역습 상황에서 퀴오토의 침투 패스에 이은 엘리스의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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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현지시간)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한국-온두라스전이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온두라스 선수가 그라운드에 드러눕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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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현지시간) 2016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한국이 온두라스에 1:0으로 석패했다. 한국선수들이 온두라스 선수가 오랜시간 넘어있자 항의하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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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구성윤과 박용우 등 선수가 13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파울때 넘어진 온두라스 선수가 일어나지 않자 항의하고 있다. 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온두라스 선수들의 태도는 이때부터 바뀌었다. 노골적으로 시간을 지연하기 시작했다. 로사노는 정승현과 공중 볼을 다툰 뒤 쓰러져서 일어나지 않았다. 부딪힌 부위와 다른 쪽 옆구리를 움켜쥔 채 시간을 끌었다. 스로인과 골킥 등에서도 대놓고 시간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온두라스 골키퍼 로페즈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국의 코너킥에서 볼보이가 던져준 공을 엉뚱한 곳으로 보내기도 했다. 신체 접촉 없이도 넘어지거나 공을 돌려주지 않기도 했다.

압권인 장면은 후반 막판에 나왔다. 심상민이 엘리스에게 파울을 한 뒤 한국 선수들은 공을 주우러 달려갔다. 엘리스는 공을 막으려다 정승현에게 부딪혀 넘어졌고 그대로 일어나지 않았다. 2분 정도의 시간이 그대로 흐르고 나서야 엘리스는 들것에 실려 나갔다. 손흥민 등 선수들이 주심에게 달려가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브라질 관중들이 밖으로 나가는 엘리스에게 야유를 보낼 정도로 매너없는 플레이였다. 온두라스 선수들이 허비한 시간은 그대로 흘러갔고, 심판은 3분의 짧은 추가시간을 정확하게 반영했다. 경기 뒤 손흥민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은 16개의 슛을 쏘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상대 심리전에 말려 페이스를 잃고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경기 내용상 납득할 수도 있는 패배였다. 하지만 온두라스의 경기 방식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경기는 이겼지만 그들의 태도는 승자로 보기 어려웠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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