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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파티 후 안락사 택한 41세 여성 화가

중앙일보

입력

 
가족 친구들과 마지막 파티를 한 뒤 안락사를 택한 미국 41세 화가의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하이에 사는 화가 베치 데이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달 초 가까운 친구와 친척들에게 파티 초대장을 보냈다.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파티였지만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절대 파티 주인공 앞에서 울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데이비스가 직접 준비한 '마지막 파티'였다.

데이비스는 캘리포니아가 지난 6월 미국 주 가운데 다섯 번째로 시한부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한 지 한 달여 만에 안락사를 택했다

캘리포니아는 기대 생존 기간이 6개월 이하이고, 스스로 약물 복용을 결정할 능력이 있는 환자에 한해 합법적으로 의사로부터 약물을 처방받아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23∼24일 이틀에 걸쳐 열린 파티에는 30명가량의 지인이 모였다. 데이비스는 의자에 앉아서 파티를 지켜봤다.

파티에 모인 이들은 첼로와 하모니카 연주를 감상하고, 데이비스가 좋아하던 동네 피자집에서 사 온 피자를 나눠 먹으며,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 '더 댄스 오브 리얼리티'를 함께 봤다.

데이비스가 자신의 옷 중에 친구들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나눠주고 친구들이 유쾌한 패션쇼를 벌이기도 했다.

파티가 끝날 무렵 친구들과 작별의 키스를 나눈 데이비스는 생애 마지막 일몰을 본 후 24일 저녁 가족과 간병인,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약물을 투여받고 약 4시간 후 숨을 거뒀다.

마지막을 지켜본 언니 켈리 데이비스는 "모두 데이비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 친구는 "베치는 모두가 바랄 만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자신에게 선사했다"며 "자신의 죽음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표현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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