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섬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 살인, 퍼즐 맞출 때마다 반전·반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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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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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놓지 마
미셸 뷔시 지음
김도연 옮김, 달콤한책
384쪽, 1만3000원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장편소설이다. 특히 반전을 거듭하며 듬성듬성하던 퍼즐 짜맞추듯 모든 궁금증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소설 마지막 부분이 그렇다. 조금 늘어지는 느낌의 중반부를 견딘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소설은 ‘과거를 떠올리면 위험해진다’는 레위니옹 속담을 일종의 ‘제사(題詞·기념글)’처럼 맨 앞에 배치했다. 목차 다음에는 레위니옹 지도가 나온다. 레위니옹 섬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쪽에 있는 제주도 1.4배 크기의 프랑스 영토. 이 섬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살인사건, 아리따운 여성 관광객 실종사건의 비밀이 풀리는 3박4일간이 소설의 시공간이다. 지도는 이를 참고해 인물들의 동선을 그려가며 소설을 감상하라는 얘기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장면을 전환하는 방식도 눈길을 끈다. 가령 15시 01분, 실종되기 직전 리안이 잠깐 호텔방에 다녀오겠다며 남편 마샬, 딸 소파를 남겨두고 호텔 수영장을 떠난다. 15시 04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린 리안이 방으로 사라진다. 이런 식이다. 분 단위까지 파고들어 그 순간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마침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장치다.

이런 고안들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가령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 식의 북유럽 범죄소설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수다스러운 프랑스 식이랄까. 액션 활극에 치중하기보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살인·실종 사건의 원인이 되는 인간 감정을 들여다 보는 데 집중한다. 핵심적인 메시지는 ‘불행이 닥쳤을 때 벌 받을 사람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 고통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복수를 꾸민다’는 거다(318쪽). 그런 점에서 소설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인간 정념과 광기의 드라마다.

여섯 살 꼬마 소파의 독백을 열심히 배치한 점도 소설을 한층 부드럽게 한다. 잦지는 않지만 19금을 넘나드는 성애 장면도 약방의 감초 같은 설정. 지리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프랑스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프랑스 바깥에서의 성적이 궁금해진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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