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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사격영웅 진종오와 김정수의 우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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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10미터를 왜이리 못 쐈네?"

"형도 못 쐈잖아요"

"나는 나이가 많잖아"

"형만 나이 먹었나요. 두 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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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50m 권총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진종오와 은메달 김정수가 시상대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둘의 우정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됐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오랜 관계인 듯 편하게 보이는 이 대화의 주인공들은 한국의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진종오와 북한 대표 김정수 선수다. 진종오 선수는 37세, 김정수는 두 살 많은 39세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아폴롬 타운하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진종오 선수가 소개한 일화다. 10m 공기권총 사격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진종오에게 김정수 선수가 건넨 대화다.

두 사람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만난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라이벌로 경쟁하며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한다. 2004년 아네테올림픽에선 진종오와 김정수가 각각 50m 권총 은메달과 동메달을 나눠 가졌다. 베이징올림픽(2008년) 10m 공기권총에서도 두 사람은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때 김정수는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이 나와 은메달을 박탈당했다. 이번 대회에서 김정수는 20위권 밖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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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리우올림픽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진종오와 동메달을 딴 김성국이 포옹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앞으로는 진종오가 북한 선수에게 '형'이란 말을 듣게 될 것 같다.

진종오는 지난 11일 50m 권총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김정수의 대를 잇는 북한의 사격 선수 김성국(31)에게 "앞으로 형 보면 친한 척 해라"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김성국은 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통일 되면 1등과 3등이 조선의 것으로, 하나의 조선에서 더 큰 메달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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